Love story

당신을 향한 모험 - 사랑 ‘하는’ 용기

송담(松潭) 2016. 11. 17. 12:34

 

 

당신을 향한 모험

사랑 하는용기

 

 

 알랭 바디우는 <사랑 예찬>에서 프랑스 만남 알선 사이트미틱(Meetic)’의 광고를 사례로 들면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했다. 그 회사의 광고 문구는 다음과 같다.

 

 “위험 없는 사랑을 당신에게!”

 “사랑에 빠지지 않고서도 우리는 사랑할 수 있다!”

 “고통받지 않고서도 당신은 완벽하게 사랑에 빠질 수 있습니다!”

 

 바디우는 이 문구들이 강조하는 것은 안전한 개념의 사랑이라며 사랑-보험과도 같은 만남을 보장해준다고 지적한다. 이 문구들이 의미하는 바는 달달한 사랑은 하고 싶은데 사랑이 주는 근원적인 불안, 고통, 좌절, 실패, 아픔은 피하고 싶다는 것. 이 광고 문구들은 고통받고 싶지 않은, 심지어 사랑에 빠지지 않으며 사랑하고 싶은 지금 우리의 모습, 열정을 절약하면서 최대한 달달함을 느끼고 싶은 우리들의 사랑을 보여준다. 온갖 달달한 것들에 길든 우리는 위험한 도약이나 모험 같은 사랑은 피하거나 외면하고 싶어 한다. 심각하게 빠지거나 정열적인 사랑을 하는 것은 이제 유행이 지난 것처럼 보이기조차 한다. 쿨하게 적정의 (감정적)거리를 유지한다. 그리하여 쾌락의 즐거움과 달달함을 얻지만 사랑에서 수반되는 고통과 슬픔은 피해간다. 그런데 사랑에 빠지는 일은, 그러니까 ‘fall’은 쓰러지는 일이고 몰락하는 일이고 추락하는 일이다. 쓰러지는 일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가장 어두운 곳에 있으면서 상처받을 걸 알면서도 위험과 고통을 무릅쓴 조제처럼 말이다. 그녀는 우리와 달리 사랑을 했고 그 사랑에 성공했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movie "모든 떠나는것들에 축복이 있기를" one of my favorite movies ! 오랜만에 케이블에서 우연히 봤는데 지금보니 더 ...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서 다리가 불편한, 그래서 항상 할머니가 모는 유모차를 타고 살아야 했던 조제(이케와키 치즈루), 그녀는 (다리 없는)물고기처럼 심해 같은 방바닥에서 웅크리고 있거나 기어 다녔다. 그런 그녀가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성격 좋고 건강한 츠네오(츠마부키 사토시)를 만나면서 어둡고 추운 심해에서 나오게 된다. 조제와 츠네오는 동물원에 놀러가고 바다에도 여행간다. 그리고 그들은 가까워진다. 하지만 다른 여자를 만나는 츠네오의 태도를 비추어볼 때 그가 조제를 사랑한 건 아니었다. 조제에 대한 츠네오의 감정은 호기심, 관심, 혹은 동정과 연민으로 불릴 수 있는 것들이었다. 그는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진, 그래서 용기가 필요한 어떤 사랑을 한 것은 아니었다.

 

 조제는 달랐다. 그녀는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동물원에 가서 호랑이를 꼭 정면으로 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것은 그저 그런 사랑을 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다. 무서운 호랑이(세상)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것은 누군가를 사랑할 때, 그만큼의 결단과 용기를 갖겠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그들은 헤어졌다. 더는 사랑할 수 없었던 츠네오는 조제를 떠났다. 정확히 말하면 애초에 사랑할 수 없었던 츠네오는 조제를 떠났다. 그리고 (그들이 아니라) 그는 사랑에 실패했다.

 

 하지만 조제는 성공했다. 헤어졌기 때문에 사랑에 실패했다고 말하면 안 된다. 모든 연인이 만난다고 꼭 사랑하는 것이 아니듯, 헤어졌다고 반드시 사랑에 실패하는 것은 아니다. 사랑에 실패한 만남(혹은 결혼)이 있듯, 사랑에 성공한 이별 역시 있다. 조제는 상처받을 것을 알면서도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지고 용기 있게 사랑했다. 다시 차갑고 외로운 심해에서 (다리 없는 조개처럼) 구를지라도, 그녀는 잠시 뭍으로 올라왔고 사랑했다. 그리고 그 사랑에 성공했다.

 

 사랑은 두려운 무엇이다. 사랑은 우리에게 깊은 상처를 낸다. 사랑하고 상처받아 보지 않은 사람은 어디 있던가. 그래서 영민한 요즘 사람들은 적당히 달달한 사랑을 받기는 원하지만, 격렬히 사랑 하기는 원치 않는다. 사랑하는 것은 상처 입을 것을 알면서도 당신이라는 밀도 높은 존재에게 한 발짝 다가가는 일이다. 도약하는 결단과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조제에게는 그것이 있었다. 두 다리는 없더라도 말이다.

 

 그녀가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것 하나, 용기 있게 사랑하기. 결단이 필요하고 때론 상처를 받을 수도 있는 일이지만 정말 사랑한다면, 말로만 중얼거리며 쉽게 내던지고 쉽게 회수하는 그런 사랑이 아니라면, 당신이라는 세상으로 위험한 모험을 감행하기. 다시 깊은 바다에서 구를지라도.

 

안바다 / ‘사랑에 대한 어떤 생각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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