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詩, 글

들꽃

송담(松潭) 2015. 10. 15. 17:25

 

들꽃

 

 

 

 

                                                                                                                                  * 사진 : 새벽운동길, 선암사에서(2015.9.7)

 

 


주인 없어 좋아라


바람을 만나면 바람의 꽃이 되고


비를 만나면 비의 꽃이 되어라

 


이름 없어 좋아라


송이송이 피지 않고 무더기로 피어나


넓은 들녘에 지천으로 꽂히니


우리들 이름은 마냥 들꽃이로다



뉘 꽃을 나약하다 하였나


꺾어보아라 하나를 꺾으면 둘


둘을 꺾으면 셋

 
셋을 꺾으면 들판이 일어나니


코끝을 간지르는 향기는 없어도


가슴을 파헤치는 광기는 있다



들이 좋아 들에서 사노니


내버려두어라


꽃이라 아니 불린들 어떠랴


주인 없어 좋아라


이름 없어 좋아라

 

구광렬(1956~ )

 

 

 

2015.9.22 선암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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