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그마(stigma)
스티그마(stigma,stigmata)에 관한 이야기가 떠오른다. 이 말은 본디 고대 로마와 같은 서양에서 노예의 몸이나 죄수의 몸에 찍은 낙인이었다고 한다. 노예 스스로 주인에게 충성을 맹서하고 주인의 이름을 넣은 낙인을 찍거나, 또는 죄수를 통제하기 위해서 찍은 것인데 기독교인들은 종교를 통하여 얻은 상처의 흔적(상흔)을 스티그마라 한단다. 스티그마는 예수가 십자가에 매달린 모습과 비슷한 상흔으로 나타나기도 한단다.
스티그마 효과(stigma effect)라는 말도 있다. 노예와 죄수는 정상적인 인간대접을 받지 못하는 존재이고 생사여탈권이 주인이나 관리에게 있는 형편이다. 그들의 상흔은 부끄럽고 치욕적인 오명이기도 하기 때문에 모든 면에서 부정적인 의미를 갖게 된다. 따라서 정상적인 사람들도 일상적인 인간관계에서 많은 험담을 듣거나 부정적인 평가를 받으면 당사자는 점점 그런 방향으로 기울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남으로부터 신뢰를 받고 칭찬을 듣고 기대하는 평가를 받으면 당사자는 점점 그런 방향으로 발전하게 되는데 이것을 피그말리온 효과(pigmalion effect)라고 한단다. 이러한 원리들이 교육적으로 활용되면 피교육자를 성공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피그말리온 효과는 긍정적인 자아개념을 조장하여 성취동기를 부여하고 강화하는 교육적 수단인 셈이다.
기독교에서 말하는 스티그마 효과라는 것은 예수그리스도로 인한 상흔이기 때문에 그것은 영광스런 상흔이고 예수그리스도를 위한 일이라면 그것이 선교활동이든 봉사활동이든 얼마든지 신명(身命)을 바칠 수 있다는 적극적인 사명감을 조장하고 고취하는 것이 된다. 다같은 상흔이라도 그 상흔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퇴영적으로 기능할 수도 있고 발전적으로 기능할 수도 있는 것이다.
2010.3.26. 천안함침몰사건은 또 하나의 커다란 스티그마를 만들어 놓았다.
46명의 젊은 군인들이 두 동강난 배에 갇혀 목숨을 바친 것이다.
조지훈 상병의 부모는 다음과 같이 읊었단다.
찬란한 태양이 되거라
없어지지 않고 매일 뜨지않느냐
새가 되어 훨훨 날아라
우리 집에도 찾아오너라
지교헌 / ‘그들의 인생철학’중에서
< 2 >
주역 64괘 중에서 수뢰(水雷), 준괘(屯卦, 둔괘라고 읽기도 하지만 본디는 준괘라고 읽는다)가 있다. 감상(坎上), 진하(震下)의 형상이니 감은 물이요 진을 벼락을 치는 우레이다. 비가 쏟아지고 천둥 번개와 벼락이 벌어지는 상황은 두려움을 느끼게 하고 사람과 동식물이 피해를 입기도 한다. 사람들은 두려워서 외출을 삼가고 더러는 자신의 죄를 반성하고 근신하기도 한다. 참으로 어렵고 험난한 환경이다. 그러나 사납게 쏟아지는 물은 호수를 메우고 개울을 넘치게 하며 번개를 통하여 새로운 화학물질이 생성되어 토양을 비옥하게 한다. 두려운 자연의 움직임이 새로운 환경을 만들어 만물의 성장을 촉진한다. 두려움은 새로운 창조를 낳는 것이다.
지교헌 / ‘그들의 인생철학’중에서
< 3 >
독일의 어느 사회심리학자는 ‘침묵의 나선이론’이라는 것을 주장하였다고 하는데 그것은 인간들이 여론에 따라 태도가 달라지는 사실을 지적한 것이라고 한다. 인간들은 자신의 생각이 여론과 일치하면 잘 떠들지만 일치하지 않을 때는 잘 말하지 않고 침묵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떤 인간들은 침묵하는 것을 싫어하는 것 같다. 떠들어야 잘난 것처럼 보이고 침묵하면 바보처럼 보인다고 생각한다. 회장님은 반대자의 앞에서 침묵하는 수가 많다. 찬동하기는 싫고 침묵으로 은근히 반대하는지도 모른다. 반대자와 아귀다툼을 하는 일은 없는 것 같다. 침묵을 일삼는 회장님은 도무지 알 수 없을 때가 많다.
지교헌 / ‘나는 토이푸들이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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