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 수필

글쓰기에 대하여

송담(松潭) 2015. 11. 28. 17:41

 

 

 

글쓰기에 대하여

 

 

 

 남의 글을 제3자의 시각으로 이해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우리는 문리적으로 남의 글을 이해하고 평가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그러한 문리적인 차원을 넘어서기도 하는 글들도 많기 때문이며 우리는 남의 글을 읽기 전에 이미 나의 가차관이나 세계관이 거의 형성되었고 그것이 경직성을 가지고 작용하기가 쉽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남의 글을 읽고 그것을 평가하기는 매우 어려운 문제 입니다우리가 남의 글을 한 번 읽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특별히 공감하거나 적극적으로 지지하여 간직하고 남에게도 소개하고자 하는 것은 그 글에 대한 값어치를 그만큼 인정하는 것이어서 글을 쓴 사람에게는 반가운 일일 것입니다.


 다만 우리는 남의 글을 읽을 때 그 글을 분석하고 논리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얼마나 타당성이 있으며 공유할만한 가치가 있는가를 신중히 판단해야 할 것입니다. 어떤 글을 긍정적으로 보거나 부정적으로 볼 때는 그렇게 보는 자신의 판단이 얼마나 정당성을 가지고 있는가 스스로 판단할 필요가 있고 그러한 행위가 과연 얼마나 국가와 사회를 위하여 건설적인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지 신중히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1970년대에 내가 알게 된 어느 일류대학 교수는 그를 아는 모든 분들이 칭송하고 존경하는 분인데 자신이 과거에 출판한 글을 모두 회수하여 불태우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하는 것을 직접적으로 들었습니다. 천학비재한 나로서는 좀 지나친 말씀으로 생각하였는데, 그 후로 내가 몇 권의 책을 내어놓은 것도 얼마나 어리석은 행위였는지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글쓰기는 참으로 어려운 노작이라고 생각합니다. 흔히 우리는 문장의 형식에 지나지 않는 기, , , 결 따위에 관심을 갖는 것으로 그치기 쉽지만 그것은 너무나 저급하고 안이한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모 일간지에 소개된 명나라 袁黃<작문5>이라는 글을 보니 1.존심, 2.양기, 3.궁리, 4,계고(옛것을 깨닸고 내면화 함) 5.투오(투철하게 깨달음) 를 말하였더군요. 만일 나의 글을 원황의 작문5법에 비추어 본다면 과연 글이라고 인정할 수가 있을까 자문하게 되더군요.


 오늘날 우리 사회에는 원황이 말하는 작문5법의 수준에 맞는 글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수준미달의 글들이 적지 않을 것입니다. 수준미달의 글은 국가나 사회에서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요컨대 글쓰기는 참으로 어렵고 또한 남의 글을 읽는 것도 어렵다는 것입니다남의 글을 읽는다는 것은 그 글을 분석하고 평가하는 노작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글을 쓰기보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인간사회에는 당연히 비판적인 글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그 비판은 순수하고 진정한 비판이어야 할 것입니다. - 청계산

 

출처 : http://blog.daum.net/d424902fool

 

 

 

* 위글 제목 글쓰기에 대하여는 독자가 임의로 정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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