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소설

단재 신채호와 우남 이승만

송담(松潭) 2014. 12. 8. 05:31

 

   

단재 신채호와 우남 이승만

 

 

 

 

 참 유감스럽게도 대중들이 우남을 훌륭한 독립투사로만 알 뿐 그 비행은 거의 모르고 있다는 것이 문제일세 이제 조심스럽게 알려지고 잇는 사실이지만, 우남은 상해 임정의 수반이 될 때부터 말썽이 많지 않았나. 그가 수반이 되는 것을 적극으로 반대한 분이 단재 신채호 선생인데, 미국 정부에 한국의 위임통치를 청원한 매국노 이승만을 어찌 수반으로 앉힐 수 있느냐는 것이었지. 그러나 국제외교를 통한 독립획득이라는 외교론 족이 우세하여 이승만이 수반으로 결정되었네. 물론 미국의 국제적인 영향력을 감안한 조치였지. 이에 분개한 단재는 임정과 관계를 끊고 세상을 떠날 때까지 등을 돌리고 말았지 않았나.

 

 대통령에 취임하기 위해 미국에서 상해 임정으로 온 이승만은 얼마 머물지도 않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고 말았네. 교포들이 모금해 준 독립자금을 우남이 유용하고 말았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가운데, 조선 민족의 이름으로 미국 정부에 낸 위임통치 청원서 문제가 계속 파문을 일으켜 마침내 탄핵재판소가 개정되었고, 이승만은 대통령직에서 파면되는 선고를 받았지. 그런 이승만이 해방과 함께 미국의 힘에 얹혀 민족의 영웅이 되어 귀국해서 민중 앞에 군림하지 않았나.

 

 백범과의 사이에 남한만의 단독선거에 대한 공방이 치열해졌을 때 우남은 임정의 법통을 부인하는 공개연설을 했지. 그리고 대통령에 취임하면서는 임정의 법통을 이어받았다는 정통성을 앞세웠어. 그게 우남의 면모야. 우남이 35년에 걸쳐 망명 항일투쟁을 했다는 사실은 존경해야겠지. 허나, 한편 생각하면 문제가 없는 것도 아니네. 상해 임정에 잠시 머물렀던 것을 제하면 그는 위험의 무풍지대인 미국에서만 살았던 것이 사실이야. 그가 내세운 외교둑립론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 말이야.

 

 독립운동에 몸 바친 분이 많지만 단재 선생은 그중에서도 출중한 분이셨지. 사학자고 독립투사며 문장가고 논객이었는데. 그분은 어느 한 부분에서도 소홀함이 없었네. 민족의 자존을 일으킨 투철한 사관은 단재사학의 산맥을 이루었고, 민중을 힘의 주체로 파악하고 끝까지 행동투쟁을 벌인 독립운동은 가히 독립투사의 본보기가 아닐 수 없었네. 우남이야 말할 것도 없고, 백범이다, 도산이다, 그 누구든 단재 옆에 서면 빛이 바랠 수밖에 없는 노릇일세. 나도 감옥살이를 해봤지만, 변호사를 거부한 채 법정투쟁을 벌여 10년 형을 받았고, 겨울이면 영하 20도까지 내려가는 혹한에 시달리며 지장 하나만 찍으면 가출옥을 시켜주겠다는 끊임없는 유혹을 뿌리치며 어찌 8년 세월을 견뎌낼 수 있었는지. 그 사실 하나만 가지고도 숙인 머리를 들 수 없는 지경이네. 끝끝내 옥사(1936)하고만 그분의 영혼이나, 도처에서 이름없이 죽어간 수많은 희생들 앞에 오늘의 현실은 치욕일 뿐이고 우리들 모두는 죄인일 따름이지.

 

(조정래 / 태백산맥 3247~248, 251페이지)

 

* 위 글 제목 단재 신채호와 우남 이승만은 독자가 임의로 정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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