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인간의 모든 행동에는 생물학적인 이유가 있다

송담(松潭) 2013. 8. 12. 16:22

 

 

 

인간의 모든 행동에는 생물학적인 이유가 있다

 

 

 

자신이 낳은 영아를 살해한 뒤 지하철 역사 화장실에 버린 혐의로 여자 고등학생이 경찰에 검거됐다.

A양은 경찰조사에서 친구나 가족에게 임신 사실이 알려지는 게 부끄러웠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mbn 뉴스, 1012.8.29.

 

 

 이러한 기사를 접할 때마다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본인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세상에 나와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는 과정이 허망함의 극치로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지금가지 우리가 적용시켜 왔던 사회적 척도로 보면, 갓 태어난 아이를 죽이는 행위는 윤리적 지탄의 대상이 됩니다. 여고생은 미록 미성자이지만 법적으로도 책임을 피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자연선택이라는 진화론의 원리에 따르면 영아살해는 개체의 생식적 성공을 위해 필 수 불가결 것으로 간주됩니다. 데이빗 슬론 윌슨(1949~현재)은 송장벌레의 생존전략을 예를 들어 이를 정당화합니다. 송장벌레는 주로 작은 동물의 시체를 먹고 살아가는 곤충입니다. 특이한 것은 그들이 환경에 적응하는 방식입니다. 송장벌레는 생존환경이 불리해지면 자신과 남은 새끼들이 지속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환경을 도모하기 위해 새끼의 개체수를 줄인다고 합니다. 자연선택을 위한 그들의 적응전략은 처음에는 알을 과잉으로 낳고 유충단계에서 그 수를 줄이는 것입니다. 오랜 진화가 비용과 효과를 본능적으로 비교하고 판단하도록 그들의 뇌를 프로그램했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인간사회에서 발생하는 영아살해에 적용해 보면 예상치 못한 결론이 나옵니다. 자연은 생명체에게 버틸 수 있을 만큼의 능력만을 부여한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그 한계는 일정한 환경에서 본능적으로 드러납니다. 우리 사회에서 여고생이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하게 되면 대부분의 경우는 키울 수 없는 한계상황에 맞닥뜨렸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때는 이성적 판단이 아니라 자연적 한계, 즉 본능이 판단과 행동의 유일한 기준이 됩니다. 이러한 생물학적 진실을 알고 나면 이제 우리의 시야가 확 넓어집니다. 그동안 윤리적으로 비난받았던 행위가 자연적 본능에 다라 어쩔 수 없이 발생한 것이라면 다소간의 이해와 관용의 길이 열리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모든 행동에는 생물학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사랑도 마찬가지입니다. 왜 남자들은 여자들의 외모에 집착하는 것일까요? 거리마다 사랑이 넘치지만 진실한 사랑이 없다고 자조하는 우리들은 외모지상주의에 빠진 사회를 한탄하고 있을 겁니다. 그저 여성의 외모에만 집착하는 철딱서니 없는 남성들이 이 모든 사회악의 근원일까요? 그들의 사회 윤리적 마인드에는 중요한 무엇이 결핍된 것일까요?

 

 생물학은 이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남성이 노소를 불문하고 매력적인 외모의 소유자에게 끌리는 이유는 윤리적 판단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수천 년 혹은 수만 년간의 진화과정은 더 우월한 유전자를 남기기 위해 젊고 건강한 여성을 본능적으로 선호하도록 남성 유전자를 훈련시켰기 때문입니다. 출산이 용이한 젊고 예쁜 여성에게 본능적으로 고개가 돌아가는 것은 한 개인의 잘못이 아닙니다. 유전자의 명령은 불가항적인 것입니다.

 

김종엽 / ‘철학특강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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