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의미로 살아가는 존재

송담(松潭) 2013. 8. 12. 07:59

 

 

의미로 살아가는 존재

 

 

 

 칸트는 인간의 행복을 자연을 관통하는 인과법칙, 즉 적자생존과 약육강식의 법칙으로부터 거리를 둘 수 있는 정신의 힘에서 찾았습니다. 자연적 욕망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어야 자신이 주인이 될 수 있는 법입니다. 자유로운 사람이란 단순히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는 오히려 욕망의 노예로 전락할 뿐입니다. 자유로운 사람은 실존적 분열을 극복한 자아가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을 뜻합니다.

 

 동물에게는 자유로움을 말할 수 있는 근거가 없습니다. 실존적 분열을 겪지 않기 때문입니다. 동물은 그저 살아가기 위해 살고 있을 뿐입니다. 욕구하며 그것을 충족할 뿐입니다. 단순히 본능적으로 살아가는 동물에게 우리는 의미를 부여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살만한 가치가 없다는 말이 아닙니다. 동물은 단지 삶을 위해 살아가는 자연이라는 말입니다.

 

 반면 인간은 그렇게 살아갈 수 없습니다. 아무런 의미가 없이 살아가는 인간을 볼 때, 우리는 정신적 곤궁함을 느낍니다. 왜 그럴까요? 누군가가 기계적으로 호르몬 주사를 맞으며 평생을 쾌락침대에 누워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는 행복한 삶인가요? 우리 중 어느 누구도 단순한 쾌()를 행복과 혼동하지 않을 것입니다. 나이가 먹어서 돈과 권력에 미쳐 대소변을 여전히 못 가리는 사람을 보면, 우리는 그가 인격적 존재의 얼굴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에게 느끼는 연민은 인간이란 의미를 먹고 사는 존재임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줄 뿐입니다.

 

 인간이 자연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삶을 구현하기 시작한 경계점은 의미의 창조와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만약 신이 인간을 자신의 형상에 따라 창조하였다면, 그리고 인간에게 어떤 신적인 요소가 존재한다면, 그것은 의미창조의 능력이 될 것입니다. 의미의 세계에 슬며시 한 발을 밀어 넣을 때, 인간은 단순히 있음의 세계에서 벗어나 있어야 함의 세계로 나아갑니다. 이는 조건의 세계에서 무조건의 세계가 열리는 통로이기도 하지요.

 

김종엽 / ‘철학 특강중에서

 

 

 

 

사진출처 : 유형민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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