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수련(修鍊)이다
행복, 그것은 영원한 만족보다는 불행을 딛고 일어서는 능력에 더 가깝다. 인생은 행복한 순간보다 고통의 시간들을 더 많이 제공한다. 이런 저런 순간에, 이런 저런 형태로 달려드는 불행을 피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실패, 질병, 사랑하는 자들의 죽음, 우리의 삶 속에 징검다리처럼 늘어서 있는 수많은 시련들 속에서, 상대의 친절만이 그 시련들과 맞서 싸우고, 더 나은 것으로 회복시킬 수 있는 힘을 준다. 사랑하는 것은 상대의 행복에 신경 쓰는 것이다. 비극이 한 부부를 캄캄한 어둠 속에 빠뜨릴 때, 빛이 다시 돌아오길 소망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사랑뿐이다. 사랑만이 삶의 의미를 주고, 확신을 주고, 힘을 북돋워 주고, 불안을 몰아내기 때문이다.
우리는 상대가 내게 줄 것을 위해 사랑해선 안 되고, 그에게 채워 주고 싶은 것을 위해 사랑해야만 한다. 그러므로 사랑은 야심적인 실리주의와 계산에서 벗어난 유일한 공간일 것이다. 사랑은 자신이 아닌 다른 존재가 행복하게 살아가고 성장하도록 돕고, 그의 기쁨 속에서 즐거워하고, 그의 고통을 함께 나누고, 그에 대해서 책임감을 느끼는 것, 그것이 행동하는 정절을 가진 관대한 마음이며, 그것이우리가 약속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다.
데카르트는 관용이야말로 잘 태어난 사람들의 속성이라고 보았다. 그의 생각처럼, 관용의 성품을 소유하고 있는 인간만이 자신의 자유를 선용할 수 있고, 흉내 낸 가치보다 참된 가치를 더 좋아한다. 관대한 영혼은 모든 거짓으로부터 멀어지고, 이상주의와 냉소주의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유지함으로써, 도그마들과 유행에서 벗어나 사랑을 재발견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다. 그렇기 때문에 사랑은 지식이 아니고, 수련이다. 그래서 사랑은 계속해서 쌓아가는 수련일 것이다.
인간과 인간을 묶어 주는 사랑, 사랑은 어려운 것이다. 그것은 아마 우리에게 부과된 가장 어려운 일이요, 최고의 과제이며, 다른 모든 일들은 그 준비 작업에 지나지 않는 마지막 시험일 것이다. 그러니 모든 면에서 미숙한 젊은이들은 아직 사랑할 능력이 없다. 사랑은 배워가는 것이다. 사랑은 개인이 상대의 유익과 사랑을 위해 더 성숙하도록, 자기 내면에서 무언가가 되도록, 하나의 세계가 되도록 이끄는 고귀한 초대장이다.
- 라이너 마리아 릴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
올리비아 가잘레 지음(김주경 옮김) ‘철학적으로 널 사랑해’중에서
'사랑이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에 대한 근본적인 탐구 (0) | 2014.11.21 |
---|---|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0) | 2013.11.28 |
야한 정신으로 가자 (0) | 2013.05.24 |
강(江) / 한승원 (0) | 2013.05.14 |
사랑의 유효기간을 모르는 사람들 (0) | 2013.04.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