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유효기간을 모르는 사람들
모 신문 “생활과 판례”에 난 기사를 읽고 한마디 올립니다. 기사 제목은 “불륜관계 유지 조건부 어음 효력없어”이며 내용인 즉 불륜관계인 남자의 마음을 잡아두려고 수억 원의 약속어음을 받아둔 여성이 변심한 남자를 상대로 채무상환을 요구했지만 법원에서 “효력 없는 어음”이라는 판결을 받았다.
소송을 제기한 원고 A씨(여자)는 아내가 있는 연하의 남자 피고 B씨와 ‘88년 3월부터 잘못된 관계를 맺고 동거하면서 남자에게 1억을 빌려주면서 “당신과 내가 생을 마감하기 전까지”를 지불기일로 정한 5천 만원짜리 약속어음 2장을 받아뒀다.
그런데 두 사람이 다툼이 생긴 ‘90년 10월 여자는 남자를 사기. 폭행등으로 고소해 구속되게 했고 “2001년 12월 31일 이전에 둘이 헤어지면 1억원을 지급한다”는 조건의 약속어음을 남자로부터 받고 합의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다시 다퉈 ’92년 2월 여자의 고소로 남자가 폭행죄로 벌금형을 받게 되면서 동거관계도 사실상 끝났다.
그 후 여자는 남자가 부동산거래를 하면서 임야를 장모 명의로 해뒀고, 남자 부인이 임야에 전세권설정등기를 한 사실을 알아내고 남자 장모와 부인 등을 상대로 “남자(B)가 내게 돈(어음)을 갚지 않았으므로 임야를 남자(B) 앞으로 돌려놓아서 돈을 갚게 하라”며 소송을 냈다. 하지만 법원은 원고 여자(A)가 받아둔 약속어음은 효력이 없다며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서울고법 민사2부(이윤승 부장판사)는 1일 “법률행위의 조건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하는 불법조건인 때에는 그 법률행위는 무효”라며 “여자(A)가 남자(B)와의 불륜관계를 지속하기 위해 받아둔 1억원권 어음은 사회질서에 반하므로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자, 위 사건에 대해 논해 보자면
첫째, 두 사람이 사랑에 불이 붙으면서 교환한 “당신과 내가 생을 마감하기 전까지”라고 한 말, 사랑에 유효기간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바보들이다.
둘째, 남자를 감옥에 가두고서 당시(‘90년 10월)에
“2001년 12월 31일 이전에 둘이 헤어지면 1억원을 지급한다”는 조건을
보면, 11년정도 더 지속하자는 것인데, 10년이면 강산이 변하고 사랑의 유효기간이 1년 6개월 남짓이며 길어야 3년이라는데 그걸 모른다.
셋째, 위 판결을 보면 제도의 틀을 이탈한 사랑은 결국 “서로의 사기극”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잠깐!
미국의 흑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그런데 성직자인 그도 낮의 지킬박사가 밤의 하이드씨였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때론 리비도가 분출하는 야성의 디오니소스 제전에 몸을 맡겼다 고한다.
그리고 그는 이렇게 연설했다.
"우리 각자에게는 두 자아가 있습니다.
자나 깨나 고귀한 자아가 패권을 쥐고 있게 하는 것이야말로
인생에서 짊어지고 가야 할 벅찬 책무입니다.
부디 비천한 자아가 득세하는 일이 없도록 하십시오."
이 어쩌지 못하는 두 자아의 싸움을 외부로 투사한 것이 이를테면,
인종차별 철폐 투쟁이었다고 암시한다. 그가 비폭력을 투쟁의 원칙으로 삼고 흑백의 화해를 목표로 삼았던 것도 자아의 한쪽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할 바에야 그 두 자아로 뒤엉킨 자기 자신을 통째로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과 무관하지 않다.
그래서 킹은 자신에게 주어진 배역을 감당치 못하는 데 대한 죄의식,
그리고 내면의 갈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매번 관능의 유혹에 굴복하는 데
대한 죄의식을 씻을 유일한 방도로 죽음을 생각했다고 이야기한다.
1968년 멤피스의 한 호텔 발코니에서 난데없는 흉탄에 쓰러졌을 때 아무런 회한도 미련도 없는 온화한 표정을 지었던 것에서 죽음에 대한 그의 갈망의 정도를 읽을 수 있다. 마틴 루터 킹은 수많은 인간적 약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니, 바로 그 약점 때문에 오히려 더 위대한 인물이었다고 어느 책에서 결론짓고 있다.
< 참고 >
사랑의 유효기간에 대한 생물학적 접근
미국 코넬대 인간행동연구소의 하잔교수팀의 최근 연구 결과에 의하면 남녀간의 애정이 얼마나 지속되는가를 알아보기 위해 2년에 걸쳐 다양한 문화집단에 속한 남녀 5천명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실시하였다.
연구팀은 남녀간의 가슴 뛰는 사랑은 18~30개월이면 사라진다고 밝혔다. 남녀가 만난 지 2년을 전후해 대뇌에 항체가 생겨 사랑의 화학물질이 더 이상 생성되지 않고 오히려 사라지기 때문에 사랑의 감정이 변하는 것도 자연스럽다는게 연구팀의 주장이다.
대뇌에서 나오는 화학물질은?
- 도 파 민:상대방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 행복감을 느끼는 신경전달 물질.
- 페닐에틸:이성으로 제어하기 힘든 열정을 분출시키는 중추신경을 자극하는 천연각성제.
- 옥시토신:성적흥분, 오르가슴에 도달할 때 분비되는 호르몬.
- 엔도르핀:안정을 찾아 서로를 소중하게 여기고 사랑의 기쁨이 몸과 마음에 충만한 상태를 경험하게 함.
한편, 몸안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외에 몸밖으로 확산되는
호르몬은?
- 페로몬: 피부나 생식기 주변에서 밖으로 확산되는 휘발성 및 방향물질.
예) 나비의 수컷은 암컷이 체외로 방출한 극미량의 페로몬을 감지해 10Km 떨어진 곳에서도 정확이 암컷에게로 날아갈 수 있다는 것.
상명대 생물학과 이성호교수는
“사랑은 적당한 때가되면 냄새로부터 시작돼 체내에서 분비되는 호르몬들에 의해서 조절된다고 말할 수 있다”고 하면서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가장 먼저 시각적 아름다움이 퇴색되고
그 다음으로 후각적 매력이 사라지게 되므로
독서와 생활에서의 다듬어진 지성미(知性美)와 교양미(敎養美)로 원숙한 인간미(人間美)를 가꿔나가는 것이 사랑을 오래도록 유지하는 비결이 될 것이라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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