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심연(Abyss)

송담(松潭) 2012. 11. 28. 09:50

 

 

심연(Abyss)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싸움 속에서 자신도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당신이 오랫동안 심연을 들여다 보면, 심연 역시 당신을 들여다 본다. (He who fights with monsters should look to it that he himself does not become a monster. And when you gaze long into an abyss the abyss also gazes into you.)’

 

 1886년 독일의 철학자이자 시인인 니체(Nietzsche)가 발표한 책 선악의 저편(Beyond Good and Evil)’에 나오는 문장이다. 워낙 유명한 글인 만큼 해석도 다양하지만 인간 내부에 숨겨진 어둡고, 비밀스러운 부분들은 언제든 기회만 되면 깨어나 사람을 변화시킨다.’라는 정도의 해석도 가능하지 않을까 한다.

 

 최근, 검사가 피의자에게 성 접대를 강요하고, 교수가 용돈을 주며 미성년자와 동거하는가 하면 의사와 대기업 간부들이 호텔에서 성매매를 하다 적발됐다는 신문 보도가 나오는 등 아연실색할 추문들이 잇따르고 있다.

 

 니체가 말한 대로, 성에 대한 은밀하고도 집요한 관심이 결국엔 괴물이 되어 자기 자신을 집어삼킨 셈이다. 왜곡되어 무차별적으로 퍼뜨려진 성에 관한 무수한 정보들이, 괴물을 잠 못들게 하는 수많은 밤을 만들었을 터다.

 

 니체는 선악의 저편에서 한 사람의 성욕의 성질과 정도는 그의 정신의 가장 높은 곳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라고 설파했다. 단 하나의 해석을 허락하지 않는 난해한 문장이지만, ‘성욕이 인간 정신의 심연에 똬리를 틀고 있다.’라는 기본 전제가 깔려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크든 작든 스캔들이 날 때마다 모두가 한 목소리로 당사자들을 비난하지만 실제론 자기 자신도 아무도 모르는심연을 간직하고 있다는 것인데, 사실이라면 비극일까, 코미디일까.

 

 

홍행기 / 정치부 차장

(2012.11.28 광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