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속고 돈에 웃고
불경스러운 우스갯소리 하나,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창안해낸 물건을 선보이는 어느 박람회에 기발한 기계 하나가 출품되었다. 이른바 ‘배우자 자동판매기’로서, 돈을 넣고 자기가 원하는 이성을 고르면 며칠 후 그를 만나 파트너를 삼을 수 있는 장치였다. 결혼하고 싶어도 마음에 드는 상대를 찾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세태에 맞춰 어느 결혼중개업체에서 개발한 것이다. 그런데 당연히 우승을 차지하리라 예상된 이 자동판매기는 준우승에 머물렀다. 그렇다면 우승을 차지한 발명품은 무엇이었을까. 배우자를 집어넣으면 현금이 나오는 반납기였다.
전혀 허황된 발상은 아니다. 2009년 터져 나온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의 불륜사건에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상대 여성들의 폭로와 함께 세간의 관심을 끌었던 것은 그의 부인 엘란이 이혼을 하게 될 경우 받게 될 위자료 액수였다. 결국 2010년 이혼을 하면서약 5억 달러(6천억원)를 받았다.(그러나 그보다 훨씬 많은 액수의 위자료도 있었다. 호주의 미디어 재벌 머독은 이혼하면서 아내에게 17억 달러(약 2조 260억 원) 마이클 조던은 2.002억 원의 위자료를 치렀다.) 그들 아내들의 입장에서는 배우자를 반납하고 거액을 받은 셈이다. 그럴 경우 그녀는 배신을 당한 피해자이지만, 많은 사람들의 경제적 질투심을 유발하기에 충분하다. 신파극의 고전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를 개작해서 「사랑에 속고 돈에 웃고」라는 작품이라도 나올 법하다.
결혼에는 적지 않은 돈이 필요하다. 어느 시대에나 그리고 어느 사회에서나 그랬다. 아프리카의 월드뮤직 장르 가운데 세계에 많이 알려진 노래 가운데 하나로 「말라이카 Malaika」라는 곡이 있는데, 남녀간의 결혼과 돈에 얽힌 사연을 담고 있다. ‘말라이카’라는 말은 스왈리히어로 ‘천사’라는 뜻이다. 가사 내용은 다음과 같이 단순하다.
나의 천사, 나 그대를 사랑하오.
난 아무것도 가진 게 없소만, 나의 천사 그대와 결혼하고 싶소.
돈이 내 영혼을 괴롭히네요.
그대 인생의 반려, 난 어이 하리오. (.......)
「말라이카」라는 노래의 주인공은 바로 ‘신부대’가 없어서 결혼을 할 수 없는 신세를 한탄하고 있는 것이다.
김찬호 / ‘돈의 인문학’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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