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극복,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것
비가 그친 후 저녁 햇살이 춤추었다. 동네 어디선가 라일락 같은, 그러면서 라일락과는 다른 꽃향기가 바람을 타고 흘러오고 흘러갔다. 이런 가슴 충만한 향기를 맡으며 조카 문유진이를 데리고 영화관으로 향했다.
우리가 본 영화는 <싱글맨>이었다. 세계적 패션브랜드 구찌의 대표 디자이너인 톰 포드 감독이 만든 영화다. 주인공 조지는 오랜 연인인 짐의 죽음으로 인생의 의미를 상실한 채 외로운 일상을 견디기 힘들어했다. 그는 대학교수이자 동성애자였다. 유일한 여자 친구 찰리가 조지를 위로하기 위해 하룻밤의 사랑을 제안하지만, 그의 마음을 잡지 못했다. 그런데 자살을 꿈꾸던 조지에게 매력적인 제자 케니가 나타나고, 비로소 옛 연인을 잊고 새로운 삶을 열어가려는 순간 그는 그만 심장마비로 사망하고 만다.
이 영화는 인간이 가진 상실감과 두려움을 빼어나게 그린 수작이었다. 주인공의 몸 안을 흘러 다니는 두려움은 바로 나의 것이자 우리 모두의 것이기도 했다. 조지는 말했다. “두려움이 우리 세계를 잠식하고 있어. 또한 두려움은 통제수단이 되기도 하지. 늙어간다는 두려움, 혼자가 되는 두려움, 쓸모없다는 두려움...”
조지의 대사는 두려움에 휩싸여 살아가는 현대인의 마음이다. 두려움을 이기려고 마약까지 하는 케니는 이렇게 말한다. “전 가끔 두려움에 마비될 것 같아요.”
이 또한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감정이다. 주인공의 상실감은 이별을 통해 내가 앓았던 감정이라 무척 공감되었다. 영화를 통해 나는 자신을 보고 모든 사람의 마음을 보았다.
(...생략...)
내가 생각하는 인생의 축제는 많이 웃고 살 기회를 만드는 것. 그래서 모두가 행복해지는 것이다. 그리고 영혼이라는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 몸과 마음에 여유가 생겨 따스하고 부드러워지는 것. 고단한 삶이지만 밝고 따뜻하게 살아가는 것이다. 그날 밤, 집으로 돌아와 나는 풍요로운 느낌을 간직한 채 조카에게 편지를 썼다.
유진아, 네가 이모랑 인생 이야기를 할 만치 자라주어 기쁘단다. 그래, 사랑하는 사람끼리 같은 곳을 바라봐야 그 사랑이 끝까지 한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있단다. 영원한 것을 바라봐야 사랑 또한 영원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 계속 노력하고 훈련해야 한다는 사실도. 다시 태어난 듯 아름다운 날들이 이어지고 있구나......(생략...)
도시에서는 흙이 있는 땅만큼이나 별을 보기가 힘들다. 별을 보기 힘든 도시생활을 언제까지 해야 하나 두려울 때 하늘을 본다. 잠잠히 하늘을 우러르면 별들이 하나 둘 보인다. 여유를 갖지 못하기에 보지 못했던 것이다. 그렇게 삶은 답답하고 아득할 때마다 별을 발견하듯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일이 아닐까. 주변 사람들을 하나씩 알고 이해하고 그들만의 아름다움 또한 발견하는 일일 것이다. 그 아름다움이 인생을 더욱 뜻 깊은 축제로 만들어 가리라.
신현림 / ‘만나라, 사랑할 시간이 없다’중에서
* 위 글은 독자가 임의로 내용 중 일부를 생략하고 문장을 연결하다보니 '제목'도 임의로 바꾸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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