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의 치유

색채는 빛의 고통이다

송담(松潭) 2011. 1. 27. 14:31

 

 

색채는 빛의 고통이다

 

 

 

 어느 날 책을 읽다가 이 한마디를 읽는 순간, 갑자기 가슴이 아리고 멍해졌습니다. 더 이상 계속해서 책을 읽을 수 없을 정도로 충격이 컸습니다. 이 말은 누가 한 말이라는 것은(문호 괴테가 한 말입니다) 이미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이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모든 색채가 빛의 고통에 의해서 이루어진다는 사실에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빛에게 고통이 있다면 바로 어둠이라고 생각했으나, 빛의 고통은 오히려 아름다움이었습니다.

 

 산과 바다가 산과 바다의 색깔을 내는 것이, 꽃과 노을이 꽃과 노을의 색깔을 내는 것이 모두 빛의 고통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을 저는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이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빛깔이 빛에 의해 그저 당연히 주어지는 것이라고만 생각했지, 그 아름다운 색채를 내기 위해 빛이 그토록 고통스러웠을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빛은 우리에게 아름다운 빛깔들을 주기 위해 그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요.

 

 봄이 오고 여름이 오는 동안, 강과 산과 나무와 풀잎들이 연두에서 진초록으로 점점 변해가면서 저에게 그토록 아름다움을 선사한 것이 빛의 고통에 의한 것이었다니비행기를 탔다가 우연히 해가 지는 장엄한 광경을 보고 잠시 넋을 잃었는데, 그 찬란한 노을빛이 빛의 고통이었다니백두산 천지의 그 맑고 푸른 물빛이, 고비사막의 높은 모래산 그 고운 물결무늬가 빛의 고통이었다니!

 

 저는 제가 경험한 이 지구의 모든 아름다운 풍경들이 빛의 고통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라는 생각에 숙연해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저의 삶을 주도하는 고통이야말로 저의 삶을 아름답게 하는 결정적인 요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색채들도 빛의 고통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보잘 것 없는 제가 고통에 의해 인간이라는 색깔을 지닌다는 것은 당연하고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인간도 고통을 통하지 않고서는 아름다워질 수 없습니다. 고통 없는 인생은 존재하지도 않습니다. 인생이라는 말은 고통이라는 말과 그 의미를 같이 합니다. 고통이라는 말의 또 다른 낱말입니다.

 

 사랑도 고통 없는 사랑은 없습니다. 사랑이 시작되면 고통도 시작됩니다. 고통이 없으면 이미 사랑이 아닙니다. 어느 대학의 강연장에서 강연을 하는 저에게 한 여대생이 사랑을 하면 너무 고통스러워 사랑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건 배고플 때 밥을 먹지 않고 배부르기를 바라는 것과 똑같다고 말했습니다.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사랑은 해야 하는 것입니다. 배가 고픈데 밥을 먹지 않고 어떻게 배부를 수 있겠습니까. 설령 밥을 먹고 배탈이 나는 고통의 시간이 있을지언정 밥은 먹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배부를 수 있고 그래야 살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생략....)

 

 세상은 고통으로 가득하지만 어쩌면 그것을 받아들임으로써 이겨내는 일들로 가득 차 있을 수 있습니다. 고통은 피할 수 없지만 고통을 받는 것은 어쩌면 선택적인 것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고통은 관념일 수 있습니다. 실재하지 않는데 고통스럽다고 생각함으로써 고통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혹시 고통이라는 관념 때문에 실재하지 않는데 실재하는 것처럼 생각하며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저는 가끔 성찰해 보고자 합니다.

 

 이 세상 모든 만물이 빛의 고통이 없으면 제 색깔을 낼 수 없듯이, 이 세상을 사는 우리도 고통이 없으면 인간으로서의 삶을 살 수 없습니다. 만물이 색채를 지닌다는 것은 바로 고통의 빛이 있다는 증거이며. 제 삶에 고통이 있다는 것은 바로 제가 인간으로서 건강한 인생을 살고 있다는 증거이자 증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정호승 /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중에서

 

 

사진출처 :유형민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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