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태양을 마셔봐, 지혜롭고 싶다면
지난주에 후배와 촬영 여행을 다녀왔다. 후배의 딸과 내 딸과 함께였다. 후배는 초기 암 수술을 마치고 치료하는 중이었다. 시외로 나온 지 참 오랜만이라 아름답고 빛나는 풍경에 눈물이 다 어렸다. 아이들은 소리 지르며 뛰어다니고, 주위를 에워싼 싱그러운 향기와 소리가 더 따사롭게 굽이치는 게 느껴졌다. 나는 줄곧 외롭게 살아봐서 함께 있는 것의 보들보들한 기분, 푸근함이 얼마나 좋은 지 안다. 그것도 오랜만에 만난 후배라 더 반가웠다. 우리는 함께 있음에 감사하며 귀한 얘길 나누었다.
“불혹의 인생에 얻은 게 암 덩어리라고 생각하면서 서럽지만, 생각해보니 삶이 아주 선명해지더라고. 미래에 매여 현재를 너무 초라하게 살 이유가 없어. 닥치면 다 또 살게 마련인데.”
후배의 말이 마음을 쉽게 빠져나가지 않았다. 죽음의 문제 앞에서는 가슴이 먹먹하고 숙연해진다.
“나도 좁은 집에서 힘들게 살며 재테크해봤는데, 잃은 게 반이야. 지금 최적의 집을 구해 아늑하게 꾸며보니 그 안정감에 일도 잘 되고 복이 잔뜩 들어올 것 같아.”
이렇게 분위기를 같이하며 상실한 것들을 저 멀리 구름 속에 넣어 두었다. 주고받는 이야기 속에 어느새 늦가을이 진하게 느껴졌다. 나는 후배에게 말했다.
“에너지 흐름이 엉망이 되면 암도 생기는 것 같아. 우리가 아이들과 정든 이들에게 사랑을 충분히 주려면 땅으로부터 에너지를 충분히 끌어들이는 법을 익혀야 돼.”
우리는 일어나 아이들을 불렀다. 그리고 대지의 에너지를 가득 받자고 말했다. 아이들에게 나무를 껴안아보라고 했다. 그래서 나무와 하나가 되어보라고. 아픈 부위에 풀이나 꽃을 대고 집중해보는 것도 좋다. 땅의 에너지 흐름이 늘어난 만큼 몸의 활기와 편안함도 늘어난다. 이것이 대지와 교감하는 기술의 기본이다.
또한 인생의 몰입은 바로 심장의 활력에서 나온다. 그런 점에서 온통 도시를 시멘트로 뒤덮는 일을 멈추고 우리의 심장을 뛰게 하는 나무를 한 그루 더 심고, 흙의 기운을 늘려가야 한다. 인간이 땅을 보살피면 땅은 당연히 사람을 보살핀다.
모든 병은 사랑의 결핍에서 나온다. 그 사랑이 가슴의 에너지 파동이 된다는 것. 치유력을 갖는 진정한 사랑의 에너지는 자연에서 온다. 생각, 느낌, 몸 안의 무언가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때 땅과 나무 풀에 주의를 돌려야 한다. 땅 에너지를 이용한 자연치유에 대한 책을 보다 보니 더욱 절실히 느낀다.
자연은 훌륭한 마음의 치료사다. 자연을 만나러 아주 멀리까지 나가지 않아도 된다. 휴가철에 꼭 외국으로 먼 섬으로 가지 않아도 공원이나 숲이 있는 공간이면 된다.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나무나 식물, 하늘과 구름을 보는 자리여도 좋다.
“사람에게서 어리석음을 없애는 데 바람과 태양만한 것이 없다.” 이 말을 가슴에 안아 본다. 자연을 좀 더 가깝고 그리고 깊이 관찰하는 것. 이것이 신에게 보다 가까이 다가가는 것임을 이제는 알겠다.
신현림 / ‘만나라, 사랑할 시간이 없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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