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 것인가?

현재라는 불행한 시간

송담(松潭) 2009. 9. 25. 13:30

 

현재라는 불행한 시간

 

 

 2006년 발표된 영국정부의 두뇌집단인 신경제학재단의 행복지수와 영국 레스터대학 에이드리언 화이트교수의 세계 행복지도에서 공교롭게도 한국의 행복지수는 102등으로 세계 최하위권이었다.

 

 왜 그럴까? 경제학자 폴 새뮤얼슨은, 행복은 ‘소유를 욕구로 나눈 값’이라는 공식을 내놨지만, 프랑스 철학자 베르트랑 베르줄리가 쓴 <행복생각>에 더 설득력있는 답이 있는 것 같다. 이 책은 과도한 미래지향주의를 행복을 망치는 주범으로 본 파스칼과 데이비드 흄의 주장을 소개하고 있다. 한국인들만큼 이게 심한 사람들이 또 있을까? 파스칼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결코 현재시간에 살고 있지 않다. 우리는 너무 더디게 온다며, 마치 그 속도를 서둘러 앞당기려는 듯, 미래를 갈망한다. 또한 너무 빠르게 지나갔다면서 과거를 되새기기도 한다. 얼마나 진중하지 못하면 이미 우리 손아귀에서 벗어난 시간들 속을 아직도 헤매다니고, 얼마나 허황하면 있지도 않은 걸 골똘히 생각하고 존재하는 유일한 것을 아무 생각 없이 회피해버리는지 모른다. 각자 자신의 생각을 정밀하게 들여다보라. 틈만 나면 과거나 미래의 일로 골몰하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우린 현재에 대해 거의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다. 과거와 현재를 우리는 대개 수단으로 생각한다. 오로지 미래만이 우리의 목표가 되는 셈이다. 따라서 우리는 결코 살아 있다고 할 수 없으며, 오직 살기를 희망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 우리는 항상 행복할 준비만 갖추고 있는 셈이니, 실제로 한 번도 행복하지 못한 것은 어쩜 당연한 일이다

 

 데이비드 흄은 그런 과도한 미래지향성이 인간성 자체에서 취해진 참으로 개탄할 만한 어떤 경향에서 비롯된다고 보았다. 우리 인간은 단순히 행복하고자 하지 않고, 언제까지나 행복할 것인지를 알고 싶어하며, 그러다보면 존재하지도 않은 행복을 선호하게 되고, 당장 눈앞의 상황을 망쳐버린다는 것이다.

 

 일본의 생태운동가 쓰지 신이치는 이제 국가의 풍요를 재는 GNP에서 행복의 개념으로 풍요를 재는 GNH(Gross National Happiness)로 전환해야 한다며

 

1) 얼마나 많은 시간을 가족과 보내는가,

2) 얼마나 많은 여유시간을 갖는가,

3) 얼마나 많은 시간을 친구, 이웃과 보내는가,

4) 얼마나 적은 돈으로 행복할 수 있는가,

5) 기계나 도구(가령 가라오케)의 도움 없이도 얼마나 많은 노래를 부를 수 있는가,

6) 멋진 차, 훌륭한 레스토랑, 돈 없이도 행복한 데이트를 할 수 있는가,

7) 얼마나 자유로운가,

8)일하며 행복한가, 등의 평가항목을 제시한다.

 

대다수 한국인들이 들으면 코웃음 칠 게 분명하겠지만, 과도한 유비무한 정신만큼은 다시 생각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미래를 대비하느라 현재를 망가뜨리다보면 즐길 미래도 없어진다. 혹 우리 사회가 지나칠 정도로 미래에 대해 공포분위기를 조성하는 건 아닌가? 행복은 그런 공포와의 투쟁이기도 하다.

 

강준만 / ‘행복코드’중에서

 

 

 

< 독자생각 >

 

수십 년간의 철없던 시절 토,일요일에는

술병이 나서 몸조리를 하는 날이 많아

화창한 날에도 나들이를 못한

그런 세월을 살았고,

 

아주 늦게서야 (지천명을 지나) 정신을 차린 지금은

토, 일요일 쉬는 날이 와도

퇴직에 대비해야 한다며 절약을 위해

여행도, 외식도 두려워하는 삶을 살고 있으니

 

나 역시 현재라는 시간을

불행하게 보내고 있음이 확실하다.

이렇게 현재를 망가뜨리다보면

즐길 미래도 없어진다니

이 일을 어찌할꼬?

 

이제는 남들처럼 생을 즐겨야 할 나이지만

지난 날 방황(방탕)이 심했던 탓에

현재를 즐기지 못하는

아! 통탄스런 오늘이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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