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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송이 꽃의 희망

한 송이 꽃의 희망   할아버지(1884)가 계신 집안에 4남 2녀의 막내로 태어난 나는, 어머님이 43세에 낳은 늦둥이다. 태어난 곳은 전라남도 화순 읍내에서 4~5킬로미터 떨어진 수만리 1구였고, 1~4구까지 네 개의 마을이 있고 아랫마을에 국동리가 있었다. 우리 마을은 가게 하나 없던 한적한 동네였다. 우리 집 뒤뜰로 돌아가면 장독대를 지나 큰 감나무가 있었는데, 나는 매일 감나무에 올라가 감을 따거나 멀리 이웃집과 동네를 내려다보곤 했다. 나는 자연속의 소소한 행복을 좋아했다. 가까운 학교 운동장에서 땅에 선을 그어놓고 땅따먹기를 하고, 자치기놀이, 재기차기, 저녁엔 진도리(술래잡기와 비슷한 놀이)를 하고, 논둑에서 쥐불놀이와 풀배기 등을 했다. 머리핀 따먹기와 동전 던지거나 동전치기 등은 할 때..

장기양 수필 2024.06.17

저출생 시대, 자해하는 양가 외동아이들

저출생 시대, 자해하는 양가 외동아이들  한 여학생이 부모, 할머니, 외삼촌 등 무려 4명의 보호자들과 함께 진료를 받으러 왔다. 그 여학생의 가장 큰 문제는 자해라고 했다. 참고로 우리나라의 여학생 세계는 자해공화국에 가깝다. 칼의 세계 속에 살고 있다고 말해도 될 정도로 칼과 몸, 정확히는 칼과 마음이 가깝다. 2022년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초중고생 10명 중 4명이 스트레스로 자해 생각을 한다. 2021년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조사에서는 10대 청소년 10명 중 1명이 최근 2주 안에 자해를 생각해보았다고 답했다. 세종시를 비롯한 몇몇 지역 교육청 실태조사들에서 자해행동을 실제로 한 10대 청소년은 10명 중 1명 이상이고, 대다수가 여학생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대부분 ..

상처의 치유 2024.06.05

이기호 /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중에서

이기호 /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중에서   비치보이스 우리도 해수욕장에나 놀러 갈까? 춘길이가 처음 그렇게 말했을 때 그냥 먼 산이나 바라보면서 하품이나 하고 넘어갈걸....... 왜 그랬을까? 왜 나나 덕진이나 그 말에 그렇게 쉽게 혹하고 넘어가고 만 것일까? 아마도 춘길이가 했던 그다음 말, 그 말 때문이 아니었을까? 우리도 해수욕도 막 하고, 여대생들한테 막 헌팅도 걸고, 또 막, 또 막 그러는 거지. 스물두 살 백수 처지에, 남들 다 가는 대학교도 못 가고, 그렇다고 무슨 직업 훈련을 받고 있는 것도 아니고, 9월 군 입대 영장마저 받아놓은 처지이니, 그래, 객기라도 한번 부려보는 심정으로, 그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인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여자들이 우리 대학생 아닌 거 금세 눈치채면 어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