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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주 / ‘그리다가, 뭉클’중에서

이기주 / ‘그리다가, 뭉클’중에서   빛을 그린다. 보이지 않는 빛을 그리는 유일한 방법은 그림자를 그리는 것이다. 밝은 것을 그릴 때는 주변을 아주 어둡게 그리면 된다. 지금 어둠이 그려지는 시간을 살고 있다면 동시에 눈부시게 밝은 빛이 그려지고 있는 중이다. 그림 그리다가 뜬금 위로가 차올라 울컥해진다.  내려놓음   한바탕 난리 끝에 지칠 대로 지쳤다. 세상에서 가장 고요한 곳이 필요했다. 극내향형에 걸맞게 아주 조용한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남해가 딱 그랬다. 구불구불 느리게 움직이는 해안선을 따라 길을 가다 보면 여기저기 보이는 풍경이 소박하고 정겨웠다. 꾸며 대는 것 없이 원래 그렇게 생긴 것들과 먼 세월부터 시간이 만든 흔적들이 그냥 그대로 조용했다. 빨간 지붕 집을 중심에 둔 한적한 ..

최근 읽은 책 2024.10.20

100세 시대, ‘생애주기’를 창안하라!

100세 시대, ‘생애주기’를 창안하라!  열다섯에 배움에 뜻을 두고(志于學), 서른에 자립하고(而立), 마흔에는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다(不惑). 오십에는 천명을 알고(知天命), 육십에는 귀가 순해지며(耳順), 칠십이 되면 마음 가는 대로 해도 법도에 어긋남이 없다(從心所欲不踰矩). 주지하듯, 공자가 구현한 생애주기다. 그런가 하면, 이런 생애주기도 있다. 학습기(스승을 찾아 베다의 진리를 배우는 시기), 가주기(결혼과 직업을 통해 사회적 다르마(의무)를 실행하는 시기), 임서기(숲으로 가서 명상과 성찰에 들어가는 시기), 유랑기(천하를 유행하며 해탈을 향해 나아가는 시기). 이것은 아슈라마, 곧 인도의 힌두교가 제시하는 생애주기다. 공자와 힌두교 모두 BC 5세기 전후에 등장한 영적 비전이다. 동의보감..

명칼럼, 정의 2024.10.14

아들을 위한 기도

사랑하는 아들   어느 날 아들의 모습을 바라보니맑고 똑똑하고 참신하게 보였습니다. 이것이 부모의 눈에 비친 자식의 형상입니다.누구든 자식은 귀하고 사랑스러울 것입니다. (2023.10.25) 숲길에서의 기도(祈禱)  뒷산 임도(林道)에 있는 숲길을 자주 걷습니다. 왕복 두 시간 정도 소요되는데 몇 군데서 잠시 멈춰 생각에 잠기거나 마음속으로 기도하는 장소가 있습니다.먼저 40분쯤 걷다가 높이 솟은 튼튼한 나무에 손바닥을 대고 심호흡을 하면서 기(氣)를 받습니다. 두 팔로 안아도 닿지 않을 나무를 보며 나무가 얼마나 강하고 튼튼한지를 느낍니다. 옛날엔 이런 나무에는 ‘정령(精靈)’이 산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다음은 숲길을 바라보며 기도하는 장소입니다. 약간 구부러진 가벼운 내리막길은 무척이나 평화롭게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