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상식. 심리

리비도(Libido)

송담(松潭) 2006. 12. 20. 12:58
 

 

리비도(Libido)



 인간은 정신과 신체로 구분된다. 이성을 인간의 중요한 속성으로 간주하는 전통 철학에서는  정신이 신체를 움직이게 한다고 본다. 예를 들면 정신은 운전자로, 신체를 자동차로 보는 관점이다. 하지만 욕망을 새롭게 조명하고자 하는 20세기 현대철학(포스트모더니즘)에서는 정신에 대한 비중을 낮추고 오히려 신체를 중시한다. 이런 철학적 전환에 모티브를 제공한 사람이 프로이트이다.


 프로이트가 연구한 무의식은 분명히 인간 정신의 일부분이지만 전통적인 개념의 인간정신(이성적 주체)과는 크게 다르다. 어떤 면에서 무의식은 정신이라기보다는 신체적 속성에 가깝다. 그런 무의식의 속성을 분석하는데 프로이트가 사용한 주요 개념이 바로 리비도다.


 리비도란 성적 본능 혹은 충동을 뜻한다. 하지만 남녀간의 성적 교접과 연관되는 좁은 의미가 아니라 성적 에너지에 가까운 넓은 개념이다. 프로이트는 초등학교에 들어가지 않은 어린 아이도 리비도의 형태를 취하는 성욕을 가지고 있으며 이것이 인격의 형성에 지대한 역할을 한다고 보았다.


 갓난아이는 엄마의 젖을 빠는 행위에서 성적 쾌감을 느끼므로 프로이트는 이 시기를 구순기(口脣期)라고 부른다. 이 시기가 끝나고 2~3세가 되면 아이는 배변에서 쾌감을 느끼는 항문기(肛門期)로 접어든다. 이때 아이는 배변의 쾌감과 배변을 지연시켜 쾌감을 높이려는 욕망사이에서 갈등하며 자기 신체의 욕구를 통제하는 방법을 학습한다.


 5~6세의 아아는 자신의 성기를 쾌락의 원천으로 삼는 남근기에 속한다. 아이는 어머니에 대한 애정과 아버지에 대한 적의를 품지만 근친상간의 금기 때문에 욕망이 억압된다. 이 시기에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와 거세 콤플렉스가 생겨난다. 이후 아이는 성적 욕망이 숨어버리는 잠재기에 들어갔다가 11~12세 사춘기를 맞아 이성에 대한 성욕에 눈을 뜬다.


 이것이 리비도가 발달하는 과정인데 여기에 문제가 발생하면 리비도가 고착되거나 퇴행하는 방향으로 일탈할 수 있다. 동성애로 나아가거나 신경증에 걸리는 현상이 그런 사례다.

 

 처음 이 학설을 발표했을 때 프로이트는 엄청난 비난에 시달렸다. 철학자는 물론 종교계와 도덕주의자들은 이성과 자유의지를 가졌고 도덕을 아는 존엄한 인간존재를 프로이트가 성적 에너지의 잣대로 함부로 판단한다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하기야 그들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자신의 치부를 정면으로 바라본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괴로운 일이니까.


 그러나 프로이트는 리비도를 인간의 치부라고 여기기는커녕 오히려 정신활동의 에너지라는 적극적인 의미를 부여했다.

문제를 제대로 알면 푸는 방법도 깨닫게 마련이다. 리비도를 올바르게 이해하면 리비도가 정상적으로 발달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알게 해준다. 프로이트는 문제를 일으킨 게 아니라 반대로 이미 존재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도를 제시한 것뿐이다.


남경태/개념어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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