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상식. 심리

된장녀

송담(松潭) 2006. 9. 21. 13:17
 

된장녀


“그 사람 참 된장처럼 구수하네”라고 하면 마음이 넉넉하고 푸근하다는 칭찬이다.

그런데 단지 ‘여(녀)’라는 말을 덧붙였을 뿐인데

된장녀는 젊은 여성 일부를 부정적으로 일컫는 말이 되었다.

 

일단 말이 퍼지기 시작하니 유행에 민감한 신문·방송이나 정치권에서도 입방아에 올린다.

새말을 만드는 방식도 유행한다. 최근 ‘-족(族), -녀(女), -남(男)’ 등을 붙인 말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전달하려는 핵심 의미를 나타내는 말 뒤에 ‘-족, -녀, -남’만 붙이면 그런 사람·여자·남자라는 말이 쉽게 만들어지니 그 방식도 유행하는 듯하다.

 

이런 말은 짝이 되는 말이 금방 생겨난다. ‘된장녀’와 비슷한 의미로 짝이 되는 ‘된장남’, 반대되는 의미로 짝이 되는 ‘고추장남’이 함께 돌고 있고,

몸을 격렬하게 떨면서 춤을 추는 ‘떨녀’가 등장하자 ‘떨남’도 나타났다.

 

쉽게 말을 만들었다고 하여 반드시 그 쓰임이나 뜻까지 이해하기 쉬운 것은 아니다. ‘몸보신족’이 건강에 좋은 음식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을 일컫는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지만

‘면창족’이 퇴직 압력을 받으면서 별다른 업무가 없어 창밖만 바라보는 회사 임원급 사람을 뜻한다는 것을 금방 알아내기는 어렵다.

 

‘된장녀’라는 말만 보고

서양식 생활 방식을 동경하는 사치스런 젊은 여성을 가리키는 말이라는 것을 추론하기 어려운 것도 그렇다.

 

뜻을 알기 어려운 새말보다 부려쓰기 좋은 쉬운 새말이 많은 이들에게 오래 쓰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김한샘/국립국어원 연구사

(출전: 한겨레, 오늘자...)

 

 

 

된장녀는 무조건적으로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즐기고

외국영화를 자주 보며, 명품을 좋아하는 등 허영에 차 있는 데다

돈 많은 남자를 만나기를 꿈꾸는 신데렐라 콤플렉스에 빠진

속물근성을 은근히 비꼰 것이다.


된장녀는 ‘젠장’이라는 말의 역구개음화,

그리고 ‘아무리 그래 봤자 너도 한국인’이라는 뜻.

손에 들고 다니는 스타벅스 커피색이 된장색깔과 비슷하다는 점,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 못한다는 의미,

머리에 똥(된장)만 가득하다는 의미 등이 이유다.


돈없이 궁상떠는 ‘고추장 남’, 고추장과 된장의 속성을 동시에 지닌

‘쌈장남녀’ 등 각종 변종까지 나왔다.


 돤장녀 논란에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모습이 담겨 있지만 무엇보다 젊은이들의 슬픈 초상이 어려 있다.

10여 년 전에도 오렌지족, 낑깡족 등 지금의 된장녀와 비슷한 라이프스타일을 띄는 이들을 비꼬는 말이 있었다. 그때도 비판은 있었지만 지금처럼 거친 매도로 번지지는 않았다.


 유머 한 편으로 웃어넘길 수도 있었을, 어찌 보면 귀엽기도 한 ‘된장녀’가 이처럼 ‘공공의 적’이 된 건, 실업이라는 절망의 늪에 빠진 이 땅의 젊은이들이 작은 여유마저도 잃은 탓이다. 

 

 - 권태호 / 한겨레 기자 -

'교양· 상식. 심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머피의 법칙(Murpy's law)  (0) 2006.10.10
메리토크라시  (0) 2006.09.29
존재의 심리학  (0) 2006.09.14
피그말리온 효과  (0) 2006.09.13
전승불복(戰勝不復)  (0) 2006.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