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일기

실패했다고 길을 잃은 것이 아니다

송담(松潭) 2023. 5. 20. 06:10

실패했다고 길을 잃은 것이 아니다

 

 

 

어제는 지인이 포스코 광양수련원에서 1박 할 수 있는 이용권을 줘서 김학영 형과 하룻밤을 자면서 지난 40 여 년간의 우정을 회고했습니다. 형은 같은 학교는 아니지만 제가 1년차 후배이고 같은 경주 김가(계림군파)에 같은 항렬입니다.

 

대학 3년 쯤 고시준비를 하면서 서로 처음 만났는데 젊은 시절 호기(呼氣)에 술을 마시고 소란을 피워 파출소에 끌려갔던 추억이 있습니다. 형은 행정고등고시와 입법고시를 합격한 2관왕이었고 저는 실력이 모자란 탓에 꿈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 후 형은 청와대 법무비서관실(고위공직자 사정업무 담당)근무, 송파경찰서장, 화순, 고흥경찰서장 등을 역임하고 고향에서 몇 차례 민선 군수에 도전했으나 민주당 공천이 곧 당선인 호남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하여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탁월한 능력자임도 빛을 보지 못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영광과 좌절, 우여곡절의 인생길을 걸어온 형에게 전합니다.

 

길에는 본래 주인이 없어

그 길을 가는 사람이 주인이다.

지금 이 순간 길을 잃었다고 해서

길을 잃은 것이 아니다.

잃은 길 또한 길이다.

 

- 감산, ‘전문 -

 

형은 비록 꿈을 이루지 못했지만 오직 군민을 위해 정직하고 열심히 준비했던 그 과정들은 보람과 긍지로 남을 것입니다. 형은 길을 잃은 것이 아닙니다. 형은 고난의 길을 걸으며 무쇠처럼 단련되었으니 앞으로 남은 인생도 건강하게 잘 걸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2023.5.19)

 

순천만 정원에서

 

 

 

< 2 >

 

 

어제는 모처럼 형과 함께 구례 성삼재에서 출발하여 노고단 탐방로에 갔다왔습니다. 예전 같으면 뛰어도 갔을 법한 완만한 트랙킹 코스였지만 70을 넘기니 몸이 따라주지 않았습니다. 하산후에는 낙안온천에서 목욕을 하였습니다. 따뜻한 온천물만큼이나 옛 추억이 새록새록 피어났습니다.

 

아쉬움과 회한의 인생길을 걷는 형과 함께 지나온 세월을 추억하며 운명에 공감을 나누는 시간이었습니다.

(2023.11.9)

 

 

정치판에서는 명석(明晳)하고 청렴(淸廉)하고 진실(眞實)한 사람은 선택받기 어렵고

기교(技巧)있고 재주있고 재력있고 운좋은 사람이 선택받는 것이 현실입니다.

군수의 자질과 능력을 충분히 갖추었음에도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자연인간 김학영!

못내 아쉽습니다.

 

 

다실방겸 서재에  '자연인간 김학영'책이 꽂혀있습니다.

 

< 3 >

 

오늘은 낙안온천에서 목욕을 하고 벌교에 있는 갯벌 체험관 부근을 산책했습니다.

 

 

목표를 이루지 못한 아쉬움과  회한이  없지 않지만

누구보다도 소신있고 정의롭게 살고자 했던 형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오늘도 지난 날을 추억하며 노인답게 건강 얘기를 많이 나누었습니다.

(2024.2.29)

 

 

< 4 >

 

구례 산수유마을에서

 

 

 

구례 산수유마을과 화엄사에 다녀왔습니다.

(2024.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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