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Best 20

아들에게 전하는 시

송담(松潭) 2022. 11. 29. 15:13

아들에게 전하는 시

 

 

 

섬진강 시인 김용택이 아들에게 쓴 편지입니다.

저도 똑같은 심정으로 아들에게 전합니다. 

저뿐만 아니라 부모의 마음은 다 같을 것입니다.

 

 

 

 

요즘 나는 이따금 네가 자던 방에서 잔단다.

창밖 단풍나무 잎이 바람에 살랑이는 것을 본다.

때로 네 생각이 짙게 나서 돌아눕는다.

 

아프게 흘러갔을 네 청춘의 잠자리를 생각한다.

밤과 낮 그리고 홀로 문득 아파트 저 너머 다가올

네 생의 하늘을 너는 가늠해 보았겠지.

 

누구에게나 젊음은 그렇게 어두웠단다.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자기가 살아갈 환한 틈이 열리기도 한다.

그 순간이 언제 올지 아무도 모르면서 젊음은 간다.

 

부지런히 공부하고 부지런히 너를 갈고닦으렴.

돈이 아니고 삶이다. 삶을 믿어라 든든하게. 네가 너에게 든든하게,

너를 신뢰하는 일상의 긍지를 키워야 한단다.

 

마을 앞에 서 있는 우람한 나무를 보아라.

너도 그렇게 너를 키워야 한다. 급급해 하지 말고

서둘지 말고 조급해 하지 말고 나무처럼 그렇게 너를 키위가거라.

바람이 불고 해가 뜨고 달과 별들이 너를 찾아오리라.

그런 밤이 있고 잎이 찬란하게 피어날 아침이 있을 것이다.

또 보자. 아빠가

 

김용택/ ‘마음을 따르면 된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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