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일기

조용한 일상(日常)

송담(松潭) 2022. 11. 16. 19:22

조용한 일상(日常)

 


전원생활은 여름까지는 풀과의 전쟁이지만 가을부터는 일거리가 줄어듭니다. 거실에 앉아 시름시름 졸다가 낮잠을 쫓기 위해 밖으로 나가 어디 일거리가 없나 찾다가 작은 꽃병에 국화꽃을 꽂았습니다. 단출하기도 하고 풍성하게도 보였습니다. ‘아! 꽃꽂이는 여자들만 하는 것이 아니구나.’ 스스로 흡족해 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이 아니라도 주로 집에만 있는 저에게 누군가 이렇게 말할 것입니다.
‘혼자서도 잘 노네!’
아니면,
‘얼마나 심심하면 혼자서... 쯧쯧.’

그러나 누가 뭐라 하더라도,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라도 즐거움의 역치(자극 또는 통증을 느끼는 민감도)를 높이기 위해 일부러 애쓸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변 이웃들을 보면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따분해 하면서 밖으로 자주 나갑니다. 하지만 저는 동호인 모임 같은 것이 없어도, 화끈한 놀이가 없어도 조용한 일상이 좋습니다.

문밖을 나서면 정원의 식물과 작은 소품들이 가지런히 정돈된 모습으로 항상 저를 맞이해 주고, 오늘처럼 꽃꽂이를 하면서 작은 기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 큰 즐거움보다는 몸이 아프지 않고 평온하다면 그 이상은 바랄 것이 없습니다.

(2022.11.16)

 

 

데크에서 바라본 옆집
토부다원 정원에 가을이 무르익어가고 있습니다.

 

 


다실방 창문에 맨드라미와 국화가 보입니다.

올해도 구례에서 대봉을 보내주어
다실방에서 홍시를 만들고 있습니다.

홍시를 냉동고에 넣어두었다가
추운 겨울 꺼내 땃땃한 이불밑에서
눈내리는 창밖을 내다보며
먹으면 참 멋스러울 것 같습니다.
전원생활이 주는 호사입니다.

 

 

옥잠화 잎이 노랗게 물들어 말라갑니다.
지금은 초라하게 시들어가지만
내년 봄이 되면 다시 싱싱하고 파랗게 태어납니다.
사람들은 그 연한 녹색에 반할 것입니다.


소나무 아래 꽃배추를 심었습니다.
꽃배추는 날씨가 추울수록
더 싱싱해집니다.
삭막한 겨울에 더 씩씩한 모습을 보여주니
사람도 그렇게 살아야 합니다.




홀로 걷는 산책길

 

오후의 산책길. 뒷산 임도(林道)입니다.

 

상사호가 보입니다.

 

 

반환점을 돌면 숲을 구경하면서 천천이 내려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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