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연꽃에서 찾는 의미

송담(松潭) 2020. 8. 31. 16:20

연꽃에서 찾는 의미

 

 

옛날 중국 송나라 때 유학자인 주돈이는 <연꽃을 사랑하는 이유>란 유명한 문장을 지은 일이 있다. 이 글에서 주돈이는 자신이 연꽃을 사랑하는 까닭을 이렇게 설명했다.

 

연꽃은 진흙탕에서 나왔지만 더러움에 물들지 않는다. 맑은 물결에 씻기어도 요염하지가 않다. 속은 비었고 겉은 곧다. 넝쿨치지 않고 가지도 치지 않는다. 향기는 멀수록 더욱 맑다 꼿꼿하고 깨끗하게 심어져 있다. 멀리서 바라볼 수는 있어도 업신여겨 함부로 할 수는 없다. 그래서 나는 홀로 연꽃을 사랑한다.

 

이후로 연꽃은 군자를 상징하는 꽃이 되었다. 글 가운데 “향기는 멀수록 더욱 맑다."는 말이 있다. 연꽃은 연못 가운데서 피니까 가까이 가서 코를 대고 그 향기를 맡을 수가 없다. 그렇지만 이따금 바람결에 실려 오는 그 향기는 더욱 맑게 느껴진다.

 

사람도 이와 같아야 한다고 옛사람들은 생각했다. 무언가 목적이 있을 때는 자기 것을 아깝지 않게 다 내줄 것처럼 굴다가, 자기에게 손해가 난다 싶으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매정하게 돌아서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보다 보통 때는 있는 듯 없는 듯하다가 정말 어려울 때 든든한 힘이 되어 주는 그런 친구가 더 소중한 친구다. 연꽃은 사람으로 치면 이런 꽃이라고 믿었다.

 

연꽃은 더러운 진흙 속에서 올라오는데, 그 꽃은 너무도 순결하고 깨끗하다. 우리가 비록 좋지 못한 환경에 처해 있더라도 연꽃처럼 내 자신을 맑고 순결하게 가꾸어야 할 것이다. 또 연꽃 줄기는 속이 텅 비었고, 겉은 쭉 뻗어서 곧다. 한 줄기에서 하나의 연꽃을 피운다. 가지 치고 넝쿨 쳐서 얼키설키 지저분하지도 않다. 우리도 이처럼 욕심을 버려 마음을 비우고 바른 자세로 살아가야 할 것이다. 또 주변을 깨끗이 정돈하고 내 일도 아닌 일에 끼어들어 다툼을 일으키는 일이 없어 야겠다.

 

고려 때 시인 최해도 <빗속의 연꽃>이라는 시를 남겼다.

 

 

후추를 팔백 가마나 쌓아 두다니

천년 두고 그 어리석음을 비웃는다.

어찌하여 푸른 옥으로 됫박을 만들어

하루 종일 맑은 구슬을 담고 또 담는가.

 

당나라 때 원재란 사람은 탐욕스런 관리였다. 그는 지위를 이용하여 뇌물을 받아 엄청난 재산을 모았다. 그가 죽은 뒤 창고를 뒤져 보니, 후추가 무려 팔백 가마나 나왔다. 종유 기름도 오백 낭이나 나왔다. 평생을 써도 절대로 쓸 수 없는 엄청난 양이었다. 그래서 나라에서 이를 몰수하였다.

 

첫 번째, 두 번째 구절에서는 원재의 이 탐욕스런 마음을 이야기 했다. 후추는 고기를 먹을 때 냄새가 나지 말라고 살짝 뿌려 주는 것이다. 온 집안 식구가 평생 먹는다고 해도 한 가마를 먹을 수없을 텐데, 그는 이것을 팔백 가마나 쌓아 두고 있었다. 무슨 욕심이 그렇게 많으냐고 나무란 것이다.

 

그런데 이 시는 빗속의 연꽃을 노래한 것이다. 도무지 무슨 말인지 잘 연결이 되지 않는다. 앞에서 난데없이 원재의 한없는 욕심을 말한 것은 세 번째, 네 번째 구절을 이야기하기 위해서이다.

 

다시 세 번째, 네 번째 구절을 보자. 세 번째 구절에서 말한 '푸른 옥으로 만든 됫박(바가지) 은 바로 넓고 푸른 연꽃의 잎을 말한다. 비가 오는 날 연꽃이 심어진 연못가로 가서 우산을 쓰고 그 곁에 앉아 있어 보면 금세 알 수가 있다. 빗방울이 연잎 위에 떨어지면 또르르 굴러서 넓은 연잎의 가운데로 고인다. 다시 빗방울이 또르르 구르고, 또다시 구르고 하면 연잎의 가운데에는 어느새 하늘에서 내려온 맑은 구슬들이 잔뜩 모이게 된다. 구슬이 구르고 굴러 무게를 도저히 견딜 수 없게 되면, 연잎은 고개를 살짝 기울여서 그동안 모은 맑은 구슬을 연못 위로 쏟아 붓는다.

 

그 모습이 너무 예뻐서 넋을 잃고 바라보다가 문득 정신을 차렸다. 연못 위로 솟은 푸른 연잎마다 비 구슬을 담았다가는 연못에 붓고, 또 담았다가 연못에 붓고 하는 됫박질이 한창이다.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이제 연못은 연잎이 하루 종일 모아서 쏟아 놓은 맑은 구슬로 가득 차 버렸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상상인가? 연잎을 저울 위에 얹힌 접시로 본 상상이 너무도 재치롭다. 빗방울을 구슬로 보고, 잎새에 모였다가 연못 위로 떨어지는 물방울에서 저울질을 연상한 것도 신선하다.

 

비록 원재는 후추를 그렇게 욕심 사납게 쌓아 두었다가 후세 사람들의 비웃음을 받았지만, 하늘이 준 맑은 구슬을 연못 속에 가득 두고픈 시인의 욕심은 아무리 지나쳐도 나쁠 것이 없을 것 같다. 그만큼 마음이 맑아질 것 같기 때문이다.

 

정민 / ‘한시 이야기’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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