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이웃,
백인자 여사님
전원생활을 하려면 부지런해야 한다. 시도 때도 없이 자라난 풀과의 전쟁이다. 깔끔한 정원은 그냥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 마을 전원주택 거주자들은 모두가 부지런하다. 옆집에서 잔디 깎는 기계소리가 들리면 경쟁적으로 자기 집 정원에서 덩달아 일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자기 집 정원관리에도 힘이 드는데 가까운 도로변에 꽃을 가꾸는 이웃이 있다. 순천의 유명한 영진한의원 원장 모친 백인자(白仁子)여사님이시다. 얼마 전 그분께서 도로변에 심은 백일홍 꽃을 옮겨 심으라고 해서 비 오는 날 아직 꽃이 피지 않는 것을 위주로 우리 집 꽃밭에 옮겨 심었다. 처음에는 몇 그루 가져왔는데 자꾸 욕심이 생겨 몇 번을 왔다 갔다 했더니 당초 백일홍을 심은 자리가 듬성듬성해 졌다.
엊그제 5호 태풍 다나스가 지나가면서 도로변 백일홍 꽃들이 많이 쓰러져있었다. 이것을 보고 나는 꽃만 가져다 심을 것이 아니라 쓰러진 꽃들을 바로 세워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 아침 그곳에 가보니 여사님께서 꽃들을 바로 세우고 넘어지지 않도록 끈으로 동여매 놓은 것이다. 머릿속으로만 생각하고 곧바로 행동하지 못해서 죄송스런 마음이 들었다.
우리 마을은 집집마다 정원과 꽃밭을 가꾸면서 본인들의 힐링은 물론 동네까지 아름답게 한다, 이 삼복더위에 동네 이웃을 배려하고 정성을 다하는 백인자 여사님은 꽃보다 더 아름답다. 본인의 이름처럼 이웃에게도 인자(仁慈)하시니 그 복으로 건강하고 곱게 늙어 가신 것 같다. 여사님께서는 전원생활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한줄기 시원한 바람과도 같은 분이시다. 참 고마운 이웃이다.
(2019.7.23 아침)
가을을 전해주는 이웃
집사람이 동네 뒷산에 산책을 갔는데
함께 간 이웃 백인자 여사님께서 향기가 좋다며
들꽃을 꺾어주셨다고 한다.
한의사 집으로 통하는 여사님은
할머니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곱게 늙으셨고
순박한 전라북도의 억양은 듣는 사람의
마음을 편하게 한다.
그동안 서로 마음이 통해
김치며 된장이며 짱아지 등,,, 서로 오갔는데
오늘은 그 옛날 수줍은 소녀로 돌아가
꽃을 전해주시니....
그 선한 마음 가을햇살처럼 맑고, 빛난다.
하늘은 시리도록 푸르고 선명한데
들판에 무심코 피어있는 작은 들국화가
가을을 전하러 내게로 왔다.
이웃의 향기가 다정하게 흘러드는
가을밤이다.
(2017.10.25)
* 집사람이 낮에 산책갔다 가져온 꽃을 보고
대신 마음을 적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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