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 것인가?

인생의 성공

송담(松潭) 2019. 3. 21. 07:57

 

인생의 성공

 

 

 

 사람들이 살면서 꿈꾸는 것 가운데 하나는 인생의 성공이다. 어떻게 하면 성공한 사람이 되고 성공적인 인생을 사느냐 하는 문제는 어린 사람이고 어른이고 할 것 없이 최대의 관심사 가운데 하나다. 삶의 목표다. 그래서 간혹 주변에서 성공한 사람이라는 평판을 듣는 인물들을 본다.

 

 그 사람의 무엇이 다른 사람들로부터 성공한 사람이라는 평가를 얻어냈을까? 대개는 현실적 인 조건들이다. , 명성, 지위. 권력. 그런 것들이 성공의 잣대가 되어준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그것이 정말로 성공의 조건일까. 일단은 그렇다 치자. 하지만 길게 시간을 두고 보면 그런 것들은 쉽게 변하고 쉽게 무너지는 것을 본다. 쌓아 올린 공적이 높으면 높을수록 더욱 빠르게 무참하게 무너지는 것을 본다. 말하자면 모래밭 위에 지은 누각 같은 것이다. 애당초 그들의 성공이 허장성세였기 때문이고 저 혼자만의 잔치였고 자기만을 위한 성공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진정한 성공이란 어떤 성공일까? 주변 사람들의 항구적인 인정이 있어야 할 것이다. 저 자신의 안일만을 위한 성공이 아니라 세상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성공이어야 할 것이다. 말하자면 더불어 잘사는 성공이고 에머슨의 권유처럼 세상을 좀 더 좋은 세상으로 바꾸어놓는 사람의 성공이겠다. ‘성공한 사람이 되려고 하지 말고 가치 있는 사람이 되려고 하라.’ 이것은 또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권유다.

 

 우리는 지나치게 겉치레에 관심을 두는 경향이 있다. 포장만 번드레하면 내용은 묻지도 않고 그대로 믿어주는 것이다. 외면지향이다. 이것을 바꾸어야 한다. 겉도 중요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내용이다. 바로 내면의 가치다. 향을 싼 종이는 아무리 허술해도 끝내는 향냄새가 나도록 되어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인간의 성공을 이렇게 생각한다. 성공한 인생이란 어린 시절에 자기가 되고 싶다고 꿈꾼 자기 자신을 노년에 이르러 만나는 사람이다. 생각해보라 우리는 10대 시절에 어떤 사람이 되기를 꿈꾸었는가. 나름대로 최선의 사람, 최상의 사람을 꿈꾸었을 것이다.

 

 그런데 어른이 되어서 어찌 되었는가. 10대에 꿈꾼 자기는 저만큼 잊어버린 채 엉뚱한 삶에 매달려 허둥지둥 살아오지 않았는가. 삶의 형편과 조건이 그래서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다시금 물어야 한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린시절 자신의 꿈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가.

 

 여기에 나는 한 가지를 더 보태고 싶다. 우리가 진정으로 행복했던 시간을 돌아보면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자기가 잘하는 일을 하면서 살았던 시간들이다. 그래서 나는 고쳐서 말하고 싶다. 진정으로 성공한 사람이란 자기가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을 하면서 어린 시절에 자기가 꿈꾸었던 자기를 나이 들어가면서 조금씩 만나는 사람이라고.

 

 성공이 먼저가 아니고 가치가 먼저다. 가치가 있는 삶이면 성공은 저절로 따라오도록 되어 있다. 나도 실은 지금 그 사람, 내가 어려서 꿈꾸었던 나 자신을 만나러 가는 중이다.

 

 

저녁이 있는 인생

 

 

 

 

 오늘날 우리 한국인들의 삶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많이 서둔다는 점이다. 무슨 일이든 빨리빨리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그런 성격들이다. 너 나 할 것 없이 많이 바쁘다. 아니, 바쁜 척하면서 산다. 어디론지 바쁘게 간다. 빠르게 말을 하고 서둘러 결정을 내린다.

 

 오래전 프랑스 파리에 간 적이 있다. 줄지어 가는데 파리의 아이들이 우리 등 뒤에 대고 빨리빨리! 빨리빨리!” 그렇게 소곤거리는 소리를 들은 일이 있다. 얼마나 많은 한국인들이 파리 시내를 줄지어 다니면서 빨리빨리!’를 외쳤으면 프랑스 아이들이 우리 더러 그렇게 말했을까?

 

 한국화의 미덕은 여백의 아름다움이다. 비워둠은 그냥 비워둠이 아니고 무의미함이 아니다. 지루함은 더구나 아니다. 워둠 자체가 실용이고 가치고 능력 발휘다. 그것은 그림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라 건축에서도 그렇고 공간 구성에서도 그렇고, 특히나 시에서는 중요한 덕목 가운데 하나다.

 

 독서삼여(讀書三餘)란 말이 있다. 책 읽기 좋은 세 가지 여유로운 시간은 하루 중 저녁 시간이요, 날씨 가운데는 비 오는 날이요, 계절 가운데는 겨울철이란 말이다. 우리 민족이 농경 민이었기에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책을 읽었다는 주경야독(晝耕夜讀)과 같은 말도 여기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나아가 인생삼여(人生三餘)란 말은 더욱 의미심장하다. 인생에서 여유로운 시간은 하루 중엔 저녁 시간이요, 1년 중엔 겨울철이요, 일생 가운데는 노년이라는 말이다. 이 가운데 가장 주목해볼 부분은 일생 가운데 여유로운 때가 노년이라는 지적이다. 노년의 삶이란 것은 그저 그런 삶이 아니요, 그 사람의 일생을 완성하는 삶이다.

 

 일생의 노력과 수고가 노년의 삶을 여유롭게 살기 위한 준비라는 것을 일찍이 잊지 말았어야 했다. 여유롭다는 뜻에는 그 자체가 여유롭다는 뜻도 있지만 여유롭게 하도록 노력한다는 뜻도 있겠다. 또 넉넉하다는 의미도 있겠지만 비워둔다는 의미도 있겠다.

 

 이제는 진정 때가 이르렀다고 본다. 우리의 인생을 좀 더 여유롭게 비워두면서 살아야 할 시기가 되었다고 본다. 무엇이든지 채우려고만 하지 말자. 조금은 비워두기도 하자. 생각을비우고 삶을 비우고 시간을 비우고 인생을 비우자. 그러다보면 우리의 삶과 인생이 좀 더 아름답게 완성될 것이라고 본다.

 

 

 나태주 / ‘좋다고 하니까 나도 좋다중에서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풀꽃전문

 

 아주 짧고 단출한 문장이다. 어려운 단어도 없다. 내용도 쉽고 시라고 하기 보다는 그냥 일상적인 말이라고 하고 싶은 글이다. 그래서 이게 시가 아니라 어떤 산문의 일부인 줄 알고 있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글자 수도 제목을 제외한 본문이 24자밖에 되지 않는다.

 

 우리는 그동안 살아오면서 어떤 것도 오래 자세히 보지 않았고 그 누구도 오래 자세히 보지 않았다. 바쁘게 그야말로 빨리빨리살다 보니 그런 섬세하면서도 진지한 삶의 태도가 부족했던 것이다. 작은 것들, 조그만 것들에 대한 관심, 주변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많이 아쉬웠던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불행했던 것은 아닐까.

 

 시에 나오는 풀꽃의 1차적 의미는 자연현상에서 만나는 풀꽃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다. 보다 구체 적인 대상으로서 풀꽃이다. 그러나 보다 깊은 의미, 2차적 의미는 작고 보잘것없는 모든 것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다. 말하자면 삶의 태도와 의식의 문제 같은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새것, 큰 것, 좋은 것, 비싼 것만 좋아하는 경향이 있었다. 여기서 좀 벗어나자는 뜻이 이 시 안에 들어 있다.

 

 실상 우리들 삶이란 것은 하루하루 지루하고 짜증스럽고 권태롭기까지 한 것이다. 그걸 그대로 받아들이자니 불행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여기서 반전을 요구한다. 그것이 바로 자세히 보고 오래 보기이다.

 

 그러면 일상적인 것, 오래된 것, 낡은 것, 작은 것. 별로 좋지 않은 것, 값싼 것들까지도 귀하고 소중하게 보일 것이라는 것이다. 그것은 실은 삶의 태도에 대한 하나의 충고이고 발상의 전환이다. 인생관 내지는 삶의 방식에 대한 변화를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오늘날 우리는 거의 모두가 물질적 풍요를 누리고 잇고 거의 모든 사람들이 예쁘고 잘생긴 사람들이고 도 사랑받는 사람들이다. 그런데도 정작 자기들은 잘 살지 못하는 사람들이고 예쁘지 않을뿐더러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들이라는 이 비정정상적인 자각이 결국 풀꽃 시로 몰리는 듯하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마땅히 나 자신이 그런대로 잘 사는 사람임을 인식하고 예쁘고 사람스런 사람임을 발견, 괜찮다, 괜찮다, 이만하면 됐다. 그런 다스림과 함께 만족하는 마음을 가져 행복한 마음을 되찾아야 한다고 본다. 그것이 오늘을 사는 사람의 한 지혜라고 본다.

 

 너도 그렇다. 그 말이 독자에게 가면 나도 그렇다가 된다. ''''가 둘이 아니고 하나라는 사실. 분명 세상에서 귀한 존재는 나 자신이지만 그 귀한 존재인 나를 지탱하기 위해서는 내 앞에 있는 네가 필요하다. 너한테 잘해주어야 하고 너를 섬겨야 한다. 너를 소중히 알고 잘 가꾸어야 하며 충분히 배려도 해주어야 한다.

 

 나태주 / ‘좋다고 하니까 나도 좋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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