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 것인가?

아픈 몸을 살다

송담(松潭) 2019. 1. 23. 11:45

 

아픈 몸을 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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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의 고통은 고통을 함께 나눌 때 견딜 만해진다. 누군가가 우리의 고통을 인정한다는 사실을 알 때 우리는 고통을 보낼 수 있다. 고통을 알아봐 주면 고통은 줄어든다. 이 힘은 설명될 수 없지만, 인간의 본성과 같다.

 

 질병의 궁극적인 가치는 질병이 살아있다는 것의 가치를 가르쳐 준다는 점에 있다. 바로 이 이유로 아픈 사람은 동정받아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가치 있게 여겨져야 하는 존재가 된다. 죽음은 삶의 적이 아니다. 죽음이 있기에 우리는 삶의 가치를 다시 확인한다. 또 질병을 계기로 삶을 당연시하며 상실했던 균형 감각을 되찾는다. 무엇이 가치 있는지 균형 잡힌 삶이 어떤 것인지 배우기 위해 우리는 질병을 존중해야 하며 궁극적으로는 죽음을 존중해야 한다. 질병이 없는 인생은 불완전할 뿐 아니라 불가능하다.

 

 저자는 삶을 덤으로 받았다고 여길 때 우리는 건강이나 질병에 연연하지 않을 수 있다고 한다. 덤으로 얻은 삶이란 강물 위에 비치는 햇빛을 바라보는 것이라고 한다. “나는 여전히 강물 위에 반짝이는 햇빛에 경탄한다.”, “나무와 물이 품고 있는 지혜가 나를 만지게 할 것이다. 나무와 물과 세계의 생성과 변화를 느낄 것이고, 그 세계의 일부인 나 자신을 느낄 것이다”, “질병을 겪으며 나는 주변의 세계를 천천히 집중해서 보게 되었다. 나도 세계도 영원하지 않을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질병을 겪으며 나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되었다. 나 자신의 이야기를 중히 여기는 법을 배웠기 때문이다.”

 

 스쳐 지나가는 가벼운 질병에도 나는 쉽게 자책하거나 두려움에 빠져들 때가 있다. 아프면 왠지 서럽다. 그 누구도 대신 아파 줄 수 없기에 철저히 혼자서 감당해야 한다. 질병이 몸 안팎에서 수시로 틈을 노리고 몸에 하나둘 나이 먹은 흔적이 생기고 있다. 병원을 찾는 횟수도 늘어난다. 의사 앞에만 앉으면 약해지고 움츠러든다. 병들고 늙어 간다는 엄연한 사실 앞에 마음이 편하지 않다. 삶의 한 과정임을 잊어버리고 영원히 살 것처럼 말이다. 몸을 통제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몸의 지혜를 받아들이라는 저자의 조언이 정곡을 찌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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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옥경 / ‘키움 수필집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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