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소원이 누룽지
어느 날 진이란 성을 가진 갑부 양반이 마을을 걷다 거지와 마주쳤다고 합시다. 측은해서 묻습니다. “네 소원이 무엇이냐. 내 꼭 들어주겠노라.” 거지가 이 무슨 횡재냐며 감격에 겨워 고합니다. “아이구 나으리, 쇤네는 누룽지라도 배 터지게 먹어봤으면 소원이 없겠습니다요.” 이걸 듣고 다들 ‘아유, 저 바보!’ 할 겁니다. 하지만 거지가 당장의 배부름 이상을 생각 못하듯, 많은 이들도 자기가 처한 상황과 감히 올려다보는 수준밖에 소원을 못 떠올립니다.
꼴찌만 하는 학생의 소원이 전교 1등일 리 있겠습니까? 반타작이라도 했으면 좋겠다죠. 목표가 반타작이니 반타작도 못합니다. 반타작만큼만 노력할 테니까요. ‘평생소원이 누룽지’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바라는 게 너무 하찮을 때 쓰는 말입니다.
불감청고소원(不敢請固所願·감히 청하진 못했으나 꼭 바란 것)이오만… 하길래 잔뜩 긴장하고 뭐냐 물으니 “엄마, 나 100원만!” 면접 때 비전을 왜 묻겠습니까. 소원(小願)인지 대원(大願)인지, 품은 기대치에 따른 의욕을 보자는 거죠. 당신은 평생소원, 어디까지 빌어봤습니까? 쫌! 돈 말고요! 평생소원이 로또 당첨이라면 그저 놀고먹고 즐기는 게 인생의 목표요, 평생 품은 꿈이란 말밖에 더 되겠습니까?
김승용/ '우리말 절대지식'저자
(2019.3.5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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