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변잡기

인생의 스승이 전하는 말

송담(松潭) 2018. 8. 28. 06:28

 

인생의 스승이 전하는 말

 

 

 

 

 옛 직장의 상사이자 인생 선배이신 운해 이용린 국장님으로부터 안부 전화가 왔다.

 더위가 한참 일 때에 “이 무더위에 어떻게 지내느냐?” 

 오늘은 “순천에 비가 많이 왔다는데 피해는 없느냐?” 

 전화를 받으면서 나는 쩔쩔맸다.

 “제가 먼저 안부를 물어야 하는데 죄송합니다.”

 

 그분은 정년퇴직하신지 16나와 12살 띠 동갑이다. 낙향하여 처음 만난 직장상사로서 나에겐 스승 같은 분이시고 지금까지 선연(善緣)을 이어가고 있다. 오늘따라 그분께서 언젠가 내게 들려주신 얘기가 생각난다.

 

 루게릭병이라는 희귀한 병을 앓으며 죽음을 앞둔 ‘모리 슈위츠사회학 교수와 ‘미치라는 제자가 매주 화요일에 ‘인생의 의미라는 주제로 나눈 대화 중 일부이다.

 

 내가 묻힐 곳을 골랐다네.” / “어딘데요?”

  “여기서 그다지 멀지 않아언덕 위의 나무 밑이야연못이 내려다보이는 곳이지굉장히 평화로운 곳이야생각하기에 안성마춤이지.”

  “거기서도 생각을 하며 지낼 계획이세요?”/ “거기선 죽어지낼 계획이네.”

  교수님은 농담을 하고서 킥킥거리며 웃는다나도 따라서 웃는다.

  “찾아줄 텐가?” / “찾아갈까요?”

  “그냥 얘기하러 화요일에 와 주게자넨 언제나 화요일에 오지 않나?”

 교수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으니 지금과 같지는 않을 거예요.”

 

  “내 말 잘 듣게. 내가 죽은 다음에는 자네가 말을 하게나.

  그럼 이제는 내가 들을 테니까.

 

  “서로 사랑하고 그 사랑의 감정을 기억할 수 있는 한,

  우리는 우리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잊히지 않고 죽을 수 있네

  죽음은 생명이 끝나는 것이지 관계가 끝나는 것이 아니네.”

 

 -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미치 앨봄 지음공경희 옮김)중에서 -

 

  그분은 아직 건강하시고 정정하시지만 흰머리 희끗하신 모습을 떠올리니 외로우시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맑고 청아한 고독같은 것. 그리고 오늘 또 다시 나에게 모리교수의 말을 들려주신 것 같았다.

 

 우리는 자신이 나이든 것을 모르고 나이든 선배들의 심정을 잘 헤아리지 못하며 소홀하게 대한다. 우리가 지금은 모리 교수의 말을 듣고 있지만, 우리도 그렇게 말하게 될 날이 정녕 머지않다.

 

 (2018.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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