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변잡기

클래식 음악의 문을 두드리며

송담(松潭) 2018. 6. 14. 09:34

 

클래식 음악의 문을 두드리며

 

 

 나는 음치(音癡)여서 노래 부르기를 기피한다. 음정박자를 맞추지 못해 재직시절 가끔 회식자리에서 노래를 불러야 할 경우 노래 대신 간단한 유머를 소개하기도 했다. 노래를 부르는 것은 내게 곧 스트레스였다. 노래를 듣고 있으면 몸이 저절로 율동을 탄다는 어떤 사람들과는 거리가 너무 멀다.

 

 그렇지만 음악을 듣기는 좋아한다. 다만 장르가 너무 편향적이고 요즘 아이돌의 노래는 가사를 알아들을 수가 없어 흥미가 없고, 구세대 사고방식 그대로여서 아직도 추억의 팝송이나 7080 가요만을 주로 듣고 있다. 고교시절에는 팝송에 빠져 엘비스프레슬리, 탐존스, 클리프 리차드, 앵글버트 험퍼디크, 존 댄버, 나나무스꾸리 등 팝송가수에 열광했고, 라디오 음악방송 별이 빛나는 밤에는 시험기간에도 빠지지 않고 들었다. 그리고 LP레코드판을 꽤 모았는데 20년 이상 보관하다가 이사하면서 고물상에 공짜로 넘기고 말았다. 소중한 추억의 조각들을 버린 것 같아 많이 아쉬웠다.

 

 음정박자에 대한 감각이 없는 탓에 악기를 다룰 수도 없는 것은 물론이고 음악을 입체적으로 듣는 능력도 없지만 선호하는 장르의 음악을 들으면 깊은 감수성에 빠지는 또 다른 면이 있다. 그래서인지 여태껏 관심을 갖지 않았던 클래식 음악에 대해 좀 알아보려고 지난 3월부터 시청 문화센터에서 운영하는 해설이 있는 클래식(최윤희)강좌를 1주일에 하루3시간, 16주 과정을 듣고 있다.

 

 그동안 세미클래식 몇 곡 정도만 알고 있었으나 이번에 막상 접근에 보니 클래식 음악은 고도의 전문분야여서 상식적인 방법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음악을 들으며 악기소리를 종류별로 나누어 들을 수 있어야 하고, 작곡자의 개인적인 인생사나 작곡 당시 관련 서사(敍事)까지 알고 있어야 음악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단순히 바로크 시대, 고전, 낭만, 현대음악 순으로 서양 음악사를 연대별로 알고 있더라도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음악을 직접 들으면서 악기들 끼리 서로 대응하는 것이나, 악장의 구분, 주제가 전개되는 흐름과 스토리, 작곡자의 마음까지 읽어내야 한다. 나아가 지휘자와 연주자들이 무대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했는지도 헤아려보며 함께 동화되어야 한다. 때문에 클래식 음악을 이해하고 감상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녹차를 마시면서 아주 미세한 향기의 차이를 코와 혀끝, 마음으로 구별해 내듯 클래식 음악도 귀, 머리, 마음으로 함께 이해해야 하는 전문분야임을 알았다.

 

 시작이 반이고, 천리 길도 한 걸음 부터라니 천천히 알아보려고 한다. 다행인 것은 몇몇 좋아하는 음악이 생기면서 우선 모차르트 곡이 와 닿았다. 시간을 투자하여 차츰 탐구 영역을 넓혀가고 싶다. 지금은 주로 집안에서 유튜브 동영상을 TV를 통해 감상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나도 음악회를 찾아가 감상할 그날을 기대해 본다. 늦게 시작한 클래식 음악이 내 인생의 버킷리스트에 추가되면서 익어가는 노년을 위한 발효약이 되기를 바란다.

(2018.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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