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변잡기

나의 오래된 친구

송담(松潭) 2017. 11. 10. 16:33

나의 오래된 친구

 

 

 우리는 1970년 까까머리 고교시절에 처음 만나 반백이 된 오늘까지 47년 지기(知己)이다. 친구 J는 학교는 다르나 하숙집에서 처음 만난 친구이고, 친구 H는 고교 동창이다.

 

 3년 전 어느 날 밤, 서울(수도권)에 사는 그 친구들로부터 전화가 왔다. 둘이 만나 술을 마시면서 합의한 사항인데 1년에 두 번은 우리들이 사는 중간지점인 대전에서 만나서 회포를 풀자는 것이다. 이러한 제안을 처음 제시한 친구 J우리가 대략 3년 만에 한 번 얼굴을 보는데, 이런 식으로 만나면 우리가 활동할 수 있는 나이를 80세로 잡아, 앞으로 볼 날이 다섯 번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였다. 어제 만남은 그간 3년 동안 여섯 번째 만남이었고, 그래서 우리는 죽을 때까지 다섯 번밖에 만나지 못할 뻔한 위기를 넘겼다.

 

 우리는 고교시절부터 방학 때는 나의 고향 고흥, J의 고향 순천, H의 고향 해남을 상호 방문하여 몇 날씩 같이 지냈고 따로 시차를 두고 군에 입대할 때는 멀리까지 찾아가 환송했으며 먼저 제대한 친구가 아직 군에 있는 친구를 면회하기도 했다직장생활 초기에는  서로 먼곳까지 찾아가 술잔을 들고 '유붕(有朋)이 자원방래(自遠方來)하니...'하면서 즐거움(樂)을 나누었다.  내가 서울에 살았던 12여 년 동안은 세 사람이 자주 만나 의기투합(意氣投合)했으나 셋 중 나만이 '서울이여, 안녕!'했다. 우리는 사는 동안 내내 서로의 애경사를 챙기며 기나긴 인연의 끈을 이어왔다.

 

 

젊었을 때 꽃미남 내 친구  J

 

 서로 술을 좋아하면서 단 한 번의 다툼도 없이 그저 즐겁게 즐겁게 지냈다. 어제 밤은 허가 난 외박을 하는 날이기 때문에 집사람들을 긴장시키는 날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사모님들 맘 놓으셔도 된다. 세 사람의 대화는 고교시절부터 시작되는 먼 옛날 추억의 조각들을 하나하나 꺼내어 (그동안 수없이 했던 얘기를) 마치 처음인 것처럼 이야기로 꽃을 피우다보면 주변에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다. 그리고 우리는 반백이 된 모습과 우리들의 현 주소가 할아버지라는 것을 알기에 흔히 집나온 남자들의 일탈 같은 건 없다. 그저 술과 얘기에 집중하며 초저녁부터 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마지막 숙소(호텔 또는 모텔)에 가서까지 술병을 까고는 골아 떨어진다.

 

 결혼을 하게 되면 모든 것이 1순위가 되는 것은 각자의 가정이다. 그러나 언제나 허물없이 웃고 정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은 우리네 인생의 또 하나의 보람이요 즐거움이다. 우리들의 우정은 긴 세월에도 길을 잃지 않고 아름다운 추억과 함께  푸~욱 숙성되가고 있으니 살아있는 동안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가 되고 향기가 되어줄 것이다.

 (2017.11.10)

 

열차를 타고 가을의 정취를 느끼며

서대전역에 도착했다.

 

친구 J가 도착하기 전에 먼저 만난 H와 함께 공원을 산책하며...

 

 

국화빵집에 들려 추억을 더듬고...

확실한 백발! 가는 세월, 잡을 수도 없다.

 

 

  친구 1

 

 내 마음을 온전히 털어놓을 친구가

 한 명쯤 있다면

 

 몇 번이고 꺼내볼 추억을 나눌 친구가

 한 명쯤 있다면

 

 내 눈물을 자기 눈물만큼 아파할 친구가

 한 명쯤 있다면

 

 당신은 가난해도 가난한 사람이 아닙니다

 

 힘든 세상 함께 걸어가 주는 이가

 한 명쯤 있다면

 

 

친구 2

 

 관계가 오래될수록

 돌처럼 튼튼하지만

 돌처럼 마음이 무뎌지지 않게

 자주 물어 봐 주어야 해요

 

 똑똑

 

 잘 지내니?

 내 소중한 사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온도

 

 한쪽이 맞출 때보다

 서로가 맞출 때

 더 오래 따뜻하다

 

  글배우 / ‘아무 것도 아닌 지금은 없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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