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일기

차종민 화백님과의 인연

송담(松潭) 2017. 9. 24. 20:08

 

차종민 화백님과의 인연

 

 

 순천시 주암면 운용리(용오름 마을) 산골화실 차종민화백님을 뵙고 왔습니다. 차화백님은 공직에 계시다가 타고난 천부적 재능발휘와 예술가로서 자유로운 활동에 장애가 되는 경직된 직장을 미련 없이 마감(철도청 사무관)하고 20여 년 전에 이곳 조용한 시골마을에 정착하셨습니다.

 

 평소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곧은 성격인지라 탁월한 재능을 갖추었음에도 주류 화단(畵壇)에 참여하지 않고 예술가로서 순수성을 잃지 않으며 높은 자존을 지키고 계십니다. 또한 차화백님은 불교에 심취하여 일가견을 갖추고 유명 선사(禪師)들과 교류하시며, 다방면의 글공부와 창작활동으로 미술인을 비롯한 미술애호가, 그리고 일반 지인들로부터 높은 평가와 존경을 받고 계십니다.

 

 지금은 시력의 약화로 작품 활동을 멈추었으나 전원생활을 하면서 자연을 벗 삼아 살고 계십니다. 집의 뒤편에는 대숲이 있고 그곳 언덕에 작은 녹차밭을 가꾸어 고품질의 수제차를 직접 만드시며 마당에는 꿀벌을 키우십니다. 정원에는 돌 하나, 꽃 하나, 나무 한그루에도 예술과 창작의 손길이 닿아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차화백님과의 인연은 15년 전인 2004년부터인데 동양화와 서양화를 모두 섭렵한 작품을 보면 어떤 것은 사진처럼 섬세하고 선명하며. 어떤 것은 그 무궁한 상상의 세계가 몽환적으로 나타나고, 어떤 것은 소담스럽고 한없이 편안하며 아늑하게 다가옵니다. 접하는 그림마다 미술에 대해 문외한인 저를 한참 동안 그 앞에 머물게 합니다. 그래서 우리 집에는 차화백님의 작품이 여러 점 걸려있고 이것들은 유명 브랜드의 명품을 소유한 것처럼 저의 자긍심을 넉넉하게 채워주고 있습니다.

 

가끔 차화백님을 뵈러 가면 직접 재배하여 만든 수제 녹차, 토종벌꿀, 구찌뽕 소금 등 희귀한 무공해 식품들을 주시는데 제가 들고 간 쥐꼬리만한 선물에 비하면 값으로 따져도 몇 곱절입니다. 너무 과분한 선물을 받고 어떻게 보상을 해 드려야 할지 고민만 하고 지금까지 대충 넘어가기를 반복했습니다.

 

작년 봄에는 남해안 모 섬에서 반출이 금지되었다는 ‘새우난’을 주셨는데 땅에 심은 난이 번식하여 우리 집 꽃밭에서 최고 품격을 자랑하며 화려하게 피었습니다. 올해에도 귀한 식품과 ‘돌단풍 석부작’를 주셨고, 키우고 있는 석부작 중에서 가장 좋은 것을 선뜻 내주셨는데 하루에도 몇 번씩 석부작을 보면서 ‘나라면 과연 이런 것을 줄 수 있을까?’ 생각했습니다.

 

 남에게 베푸는 손이 크시고 아직도 소녀처럼 순박하신 사모님, 아버지의 예술혼과 좋은 품성을 그대로 이어받은 효성 깊은 두 아드님, 차화백님의 가정에 늘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2019.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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