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의 수다
모처럼 옛 직장동료들이 모였다.
참석자 한 사람만 현직이고 모두 은퇴자들이다.
오후부터 비가 온다고 해서 서둘러 조계산 산행을 마치고
선암사 인근 식당에서 오붓한 시간을 갖었다.
수다는 아줌마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초로가 되면 남자들도 수다를 떠는데
이는 양기가 주로 입으로 모이기 때문이란다.
이야기 도중 누군가가 인증 샷을 해야 한다며 폰으로 사진을 찍자,
참석자 K가
“대낮에 만나는데 마누라한테 인증을 보이면서
구속된 삶을 살 바에야 차라리 새판을 짜야한다.”
여기서
“새판이란 마누라까지 바꾸는 것으로써 그때부터 비로소 인생 2모작이 시작된다.”는
혁명적인 주장을 펴서 참석자들로부터 많은 박수를 받았다.
모처럼 단비가 주룩주룩 내려 술 마시기 딱인 날이지만
일행 대부분이 광주에서 내려왔고,
2차로 술을 마시기는 너무 이른 시간이며,
저녁까지 놀다가자는 의견이 있었으나 이는 소수의견으로
재적 과반수를 통과하지 못하여 아쉬운 이별을 했다.
그렇다. 우리 모두는 혁명(革命)을 하지 않는 한,
일찍 귀가하여 마누라한테 인증 샷을 비쳐보여야 한다.
헤어지면서 은퇴자들을 향하여 S가 말했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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