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변잡기

무위(無爲) 리더십

송담(松潭) 2015. 6. 30. 19:46

 

무위(無爲) 리더십

 

 

 

 메르스사태의 비상상황이 아직 끝나지 않은 가운데 최근 박근혜대통령이 국회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며 그 책임을 물어 여당의 유승민 원내총무를 찍어 내리려하고 있다. 여권의 이러한 상황이 다른 모든 이슈를 삼키는 블랙홀이 되고 있는데 왜 그럴까. 박대통령의 화두가 배신자 운운하여 국민적 관심이 촉발되었을 것이지만 당연한 것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의원들이 선출한 원내총무를 배신자로 낙인찍고 정치생명까지 끊으려는 대통령의 과도한 행동이 충격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대통령이 국회와 여당을 장악하여 자신의 발밑에 두려는 것은 참으로 오만한 월권적 발상이며 헌법과 민주주의를 수호할 책무를 가진 국가최고지도자가 취해야할 자세가 아니다. 또한 유승민 원내총무가 두 번이나 사과했음에도 억지로 사퇴시키려는 것은 무리이며 더 나아가 차후 국회의원 공천이나 선거에서 낙마시키려는 의도까지 예상한다면 정치의 비정함과 잔인성까지 엿보인다.

 

 이처럼 대통령의 권능이 하늘을 찌를 듯 하는 것은 박대통령의 임기가 아직 반환점을 돌지 않아서인가. 아니면 세월호, 성완종리스트 사건과 같은 대형 악재에도 아랑곳없이 재보궐선거에서 집권여당이 압승했던 것이 박대통령의 굳건한 지지층 때문이었다고 판단해서일까. 물론 맞는 말이다. 여당은 선거 때마다 대통령의 이미지를 기술적으로 잘 활용하였다. 심지어 지난 재보선 며칠 전에는 외국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박대통령이 몸이 아프다는 이미지까지 선거전략으로 활용하는 탁월성을 보임으로써 여당이 압승했다. 이처럼 거대한 태풍이 불어와도 나뭇가지 하나 찢어지지 않으니 박대통령의 불통의 소신과 자부심은 건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바둑에서 수()를 잘못 두면 패인(敗因)이 된다. 유승민 원내총무를 끌어내리면 악수(惡手)를 둔 것이고 역풍을 맞을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이제 임기의 반환점을 목전에 두고 있는 박대통령은 친박세력들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공천에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려는 내부 권력투쟁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갈등을 조정하고 통합하는 것이 국가 최고지도자의 중요한 덕목인데 갈등의 원인제공자나 촉발자가 돼서는 안 된다. 또한 과거 배신의 트라우마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강한 리더십은 좋지만 독재자의 유전인자를 받았을 것이라는 일부 국민들의 우려에도 인내와 겸손을 잃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남은 임기가 평탄할 것이다.

 

 나는 예전에 무위(無爲)리더십에 관심을 조금 가졌다. 도가의 노장사상이며 노자의 도덕경에 무위자연(無爲自然)’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여기서 무위(無爲)’는 행함이 없다는 뜻으로 아무 일도 하지 않는 무위도식이 아니라 인위적으로 행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자연(自然)’은 산이나 강과 같은 자연, Nature가 아니라 스스로 그러하다(스스로 , 그러할 )는 뜻이다. 그래서 무위자연은 꾸밈이 아닌 천성(양심)으로 나오는 자연스러운 행위로서 내가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여러 사람이 이로우면 좋은 마음이고 이것이 자연의 덕()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또한 한고조 유방이 기원전 195년 한나라를 세운지 7년 만에 세상을 떠나고 아들 해제가 왕위를 이었으나 잔병이 많고 단명하여 유방의 황후 여태후가 통치를 하였는데 이때 통치철학으로 무위이치(無爲而治)’를 선택하여 천하를 안정시켰다고 한다. 무위이치는 억지로 일 삼치 않고 다스린다’ ‘일부러 일거리를 만들지 않는다’ ‘무언가를 억지로 하지 않아도 된다는 통치방법이다.

 

 여기서 나는 요즘 박근혜정부에서 강조하고 있는 '창조'개념을 차용하여 무위(無位)리더십에 대하여 어설픈 창조성(?)을 발휘해 개념을 나름 정립해 본다. 무위리더십은 쉽게 말하면 조직의 장이 없어도 아무 탈없이 잘 돌아가게 하는 리더십이다. 그러려면 되도록 간섭을 줄이고 자율을 존중해야 한다. 따라서 자율적인 조직이 되려면 권한의 위임이 되어야 하고 부하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인간중심(배려, 관용)의 경영을 해야 하고, 자신의 존재감에 목매지 않아야 하며, 영웅주의에 빠져서도 안 된다. 앞전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자신이 기업에서의 전공과 특기를 계속 살리고자 영웅주의에 빠져 4대강을 파헤쳐 아름다운 금수강산을 망가뜨렸다. 그분이 무위이치(無爲而治)’의 통치철학을 조금이라도 이해했더라면 이러한 재앙은 없었을 것인데 참으로 아쉽기 그지없다.

 

 박근혜대통령도 각 부처 장관보다는 청와대를 더 중시하고(권한위임 부족), 사람을 믿지 않아 아는 사람만 등용하는 회전문인사로 국무총리들이 여럿 낙마하는 파란을 겪었고(불신과 신뢰부족), 국회법이 행정입법을 통제하고 간섭함으로써 삼권분립을 저해한다는 지나친 우려로 촉발된 국회법거부권행사와 이로 인한 정치적 분란과 파행(간섭과 억지로 일을 삼음)은 모두가 무위이치(無爲而治)’의 유연한 통치기술을 모르거나 무시한 탓이 아닌가 싶다.

 

 한편, 나는 세월호, 메르스사태에 대한 정부의 대처방식을 꼭 무능한 정부 탓으로만 보지 않는다. 그것은 비단 현 정부의 능력부족이라기 보다는 압축성장을 이루는 과정에서부터 시작되어 그동안 누적된 부패와 부조리의 결과물이며, 극심한 경쟁사회가 만들어낸 물질만능주의, 이기주의의 산물이라고 진단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의 난국을 타계하려면 시대이념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통령과 정부는 성장제일주의로 무조건 돌진할 것이 아니라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무엇을 우선시해야 하는지 성찰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박근혜대통령께서 부디 불신과 초조함보다는 무위(無位) 리더십의 여유를 갖기를 원하고, 자기만의 소신보다는 반대의 소리에 진정으로 경청을 하는 성숙을 보이며, 보복보다는 용서와 관용으로 후반기 국정운영을 잘 해 주셨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올해의 절반이 가는 유월의 마지막 날에 소시민의 부질없는 푸념이다.

 

< 2015.6.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