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천의 사기(史記)에서 배우는 소통(疏通)
집권 3년차를 맞은 박근혜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30%가 무너지고 20%대(최근 29%)로 추락했다. 2013.2.25 정부 출범일을 기준하면 아직 2년을 채우지 못한 상태인데 왜 이렇게 나락으로 떨어진 것일까?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최근 비선조직의 국정농단에 대한 의구심이 해소되지 않고, 연말정산 후폭풍과 건강보험 개혁정책 보류 등 국민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각종 정책들이 지지율 하락을 가속화시켰다고 본다.
박근혜대통령은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까지는 국민들로부터 ‘원칙과 신뢰’를 지키는 정치인으로 평가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이미지를 가진 자가 대통령이 되고부터는 오히려 거짓과 속임수의 국정을 운영하고 있으니 국민들의 실망은 매우 크다. 가장 큰 속임수는 ‘경제민주화’공약 파기이며 이에 따라 모든 경제정책을 친기업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점이다. 또한 ‘증세 없는 복지’라는 속임수를 쓰고 있다. 담배소비세를 대폭 올려놓고도 증세가 아니라 하고, 세율을 높이지 않는 대신 세수확보를 위해 탈루세원을 발굴한다고 힘없는 중소기업, 개인사업자들을 괴롭히고 있는 것은 간접증세의 한 방법이기도 하다. 그런데 ‘증세가 없다’는 주장은 언어를 도구로 한 고도의 정치적 상징조작, 즉 국민들로부터 증세를 하지 않는 듯한 느낌을 주는 기만의 통치기술이다. ‘증세가 없다’는 말은 부자들에게 증세가 없다는 것이지 서민대중에게는 엄연한 증세인데 어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하는지 모르겠다. 정부의 이런 꼼수를 모를 것이라고 믿고, 국민을 바보 취급하는 박근혜정부야말로 한심하기 짝이 없다. 결국 보수세력의 콘크리트 지지층인 대기업과 가진 자를 지키려다 이제는 국민들의 커다란 저항 앞에 위기를 맞았으니 정직하지 못한 정권이 자초한 결과다.
정권 출범 3년차이면 한참 탄력을 받고 나아가야할 정부가 대통령의 통치방법의 잘못으로 표류하고 있는데 그 해결방안으로 크게 두 가지를 생각해 본다. 첫째가 불통을 소통으로 바꾸는 일이다. 불통이 나라를 망하게 한다는 것을 일찍이 중국 진나라의 사례에서 볼 수 있다.
진시황과 2세 황제 호해 모두 무시했던
‘위아래의 언로가 막히면 나라를 망친다’ 는
옹폐지, 국상야(壅蔽之, 國傷也)의 이치는
진의 멸망을 가속화한 가장 큰 원인이었다.
‘옹(壅)’은 물의 흐름을 막는다는 뜻이고,
‘폐(蔽)’는 차단하고 가린다는 뜻이다.
요컨대 위의 뜻이 아래로 전달되지 못하고
아래의 감정이 위로 전달되지 못한 채
서로 감추고 숨기면 나라의 혈관이 막혀 몰락하게 된다는 것이다.
-‘사마천, 인간의 길을 묻다’(김영수 저) 중에서 -
소통의 진정한 의미는 감추지 않고 투명하며 반대의견, 이른바 ‘쓴소리’에 귀 기우리는 것이다. 최근 이완구 국무총리 지명자와 새로 선출된 여당의 유승민 원내총무가 쓴소리를 하겠다니 대통령이 우선 여당 내에서라도 원활한 소통을 이루었으면 한다.
두 번째로 대통령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그 무게 중심을 비서실에 두지 말라는 것이다. 대통령은 총리나 주무부처 장관들의 의견을 존중해야지 비서실을 감싸고돌거나 마치 비서실은 자기 직원이고 부처는 다른 조직처럼 생각하면 문제가 생긴다. 비서실은 부처에서 마련한 정책을 비전문가인 대통령에게 잘 설명하고 조언하는데 그쳐야지 비서실에서 각종정책에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부처에서 정책을 조율할 때, 청와대와 사전 협의하는 것은 맞지만 정책협의는 ‘당정협의’가 주가 되어야 하며 ‘당정청협의’라 하여 여기에 꼭 ‘청’이 낄 필요가 없다. ‘청’은 정책결정의 헤게모니(hegemony)에서 빠지고 당정의 협의결과를 대통령에게 잘 설명하면 된다. 각 부처 장관들이 소신 있는 정책을 펴도록 하는 것은 대통령 통치스타일의 몫이다. 비서들의 국정농단이 사마천의 사기에서도 보인다.
호해(진시황의 둘째 아들)가 황제로 즉위한 후
실권을 장악한 자는 환관 조고였다.
그는 황제 자리를 맏아들인 부소에게 물려준다는 진시황의 유서를 없애버리고
가짜 유서를 만들어 호해를 계승자로 둔갑시켰다.
환관 조고는 법률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진시황에게 발탁되어
늘 권력의 언저리를 서성거린 인물이었다.
관료사회의 경험을 바탕으로 ...(생략..)
2세 황제를 꼭두각시로 만들 수 있었다.
이런 조고의 위세를 잘 보여주는 일화가 바로 ‘지록위마(指鹿爲馬)’다.
하루는 조고가 2세 황제에게 사슴을 한 마리 바치며 "말입니다."라고 말했다.
호해가 어이가 없다는 듯 “뭐요? 왜 사슴을 말이라 하는 게요”라고
말하며 옆에 있는 신하들에게 물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어떤 신하는 사슴이라 했으나 어떤 신하는 침묵을 지켰고,
또 어떤 신하는 조고의 말대로 말이라 하는 것이었다.
그 뒤 조고는 자신을 따라 말이라 말하지 않고
사슴이라 말한 신하들을 터무니없는 죄를 뒤집어씌워 처벌해버렸다.
이때부터 신하들은 조고를 두려워하기 시작했고,
반대의 목소리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꼬리를 감추었다. 언로가 막혀버린 것이다.
-‘사마천, 인간의 길을 묻다’(김영수 저) 중에서 -
위 사례는 극단적인 면이 있지만 박근혜대통령이 비서실장과 문고리 3인방을 감싸고돌다 보니 국정이 더욱 꼬여가고 비서실에 검찰총장 출신들을 중용함으로써 공포정치를 상징적으로 느끼게 하는 현실에 무언가 묘한 느낌을 가져다준다. 대통령이 비서실을 최고로 알고 두둔하면 국정은 혼란스럽기 마련이다.
집권 3년차, 지금부터라도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리려면 하루빨리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인적쇄신이 이루어져야 한다. 다시 선거 전 초심으로 돌아가려면 경제민주화를 주창했던 김종인씨나, 이상돈, 김광두 교수와 같은 분들을 중용해야 한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며, 정책방향을 성장에서 분배로의 전환하고 경제활성화를 위해 대기업에 대한 지원과 보호를 줄이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같은 정책을 통해 서민들의 소득향상을 기하여 내수가 살아나도록 해야 한다.
끝으로 박근혜대통령이 이제라도 ‘불통’을 청산하고, 속임수를 쓰지 않는‘정직한 정치’를 하여 그분의 브랜드 이미지인 ‘원칙과 신뢰’를 조속히 회복하고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민생정치가 하루빨리 복원되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오늘 입춘을 맞아 다음 글을 음미해 보며 대한민국이 입춘대길(立春大吉)하길 기원한다.
2,100여 년 전 나라를 망국으로 이끄는 망국의 요소들
가운데 하나로 ‘소통’의 문제를 지적한
사마천의 역사의식은 참으로 명쾌하고 참신하다.
문제는 늘 리더의 ‘마음의 귀’였다.
그 귀를 열어 놓은 리더는 성공했다. 최소한 실패자로 남지 않았다.
반면 그 귀를 닫았거나 아예 그런 귀가 없었던 리더는
예외 없이 처참하게 실패했다. 역사의 냉엄한 법칙이다.
-‘사마천, 인간의 길을 묻다’(김영수 저) 중에서 -
<2015.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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