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땅이 다해도 그치지 않는 힘, 사랑
天長地久有時盡 此恨綿綿無絶期
(천장지구유시진 차한면면무절기)
장구한 천지는 다할 날이 있겠지만
이루지 못한 사랑의 한 그칠 날이 없으리라.
백거이 <장한가>
‘천장지구(天長地久)’는 ‘하늘은 길고 땅은 오래다’라는 뜻이다. 무구한 하늘과 땅조차 다할 날이 있겠지만, 이루어지지 못했던 사랑의 한은 영원히 변함이 없을 거라고 한다. 과연 어떤 사랑이기에 이처럼 애틋한 것일까?
당 현종은 화청지라는 연못에서 며느리 양옥환을 보는 순간 사랑에 빠지게 되었고, 아들로부터 그녀를 뺏어 자신의 비로 삼는다. 현종이 양귀비에게 탐닉해 정사를 소홀이 함에 따라 막강한 당도 쇠락의 길을 걷게 되었다. 양귀비가 총해하던 안녹산(安祿山)이 난을 일으키자 현종과 양귀비는 피난을 가는데, 양귀비는 피난 중에 나라를 망친 원흉이라는 비난을 받으며 자결을 하게 된다. 양귀비를 죽이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겠다는 병사들의 요구를 현종이 어쩔 수 없이 들어줬던 것이다. 어떻게 보면 나라를 망친 책임을 한 여자에게 모두 떠넘긴 비겁한 처사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종은 양귀비가 죽은 후에도 그녀를 잊지 못해 평생을 그리워하며 살았다고 한다.
현종이 죽은 지 약 50년 후 시인 백거이(白居易)가 이 둘의 사랑을 <장한가>라는 시에서 아름답게 그려내었다. 현종이 양귀비를 만나는 순간부터 죽은 후 혼으로 다시 만나는 장면까지 총 4장으로 이루어진 이 시는 그 아름다운 문장과 절절한 표현으로 이름이 높다. 특히 위의 명구절 앞에 있는
‘재천원작비익조
재지원위연리지’
在天願作比益鳥
在地願爲連理枝
하늘에선 날개를 짝지어 날아가는 비익조가 되고,
땅에선 두 줄기 한 나무로 엉긴 연리지가 되자
의 구절도 잘 알려져 있다.
아들의 아내를 빼앗은, 천륜을 저버리는 데에서 시작된 두 사람의 사랑이 아름답게 그려질 만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양귀비는 자신이 총애하던 안녹산과 동침을 했을지도 모른다는 말까지 전해지고 있으니 이 사랑은 영원히 현종의 짝사랑일 수도 있다. 현종 역시 자신이 살기 위해 양귀비의 죽음을 허락했으니 그 죽음에 전혀 무관한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백거이의 시에서 현종의 그 사랑은 보통 절절한 것이 아니다. 시인의 붓끝에서 놀랍도록 아름다운 사랑으로 승화되었던 것이다.
당 현종과 양귀비가 사랑을 나누었다는 화청지(華淸地)에는 마오쩌둥이 썼다는 <장한가>의 비석이 서 있다. 마오쩌둥이 이 글을 썼던 심경은 정확히 모르겠으나 그 필치는 대단한 명필로 이름이 높다. 거친 전쟁터에서도 시 한 구절 감상에 젖을 수 있는 사람은 멋지다.
조윤제 / ‘천년의 내공’중에서
<참고자료>:출처, (인터넷) 아고라
長恨歌 장한가
白居易 백거이
漢皇重色思傾國, 황제는 색을 좋아해 미인을 생각하고
御宇多年求不得。 재위 여러 해 구했지만 구하지 못했네
楊家有女初長成, 양씨집에 한 처녀 커가자
養在深閨人未識。 집안 깊숙히 두고 키워 사람들 알지 못했네
天生麗質難自棄, 하늘이 내린 미모 마음대로 버릴 수 없어
一朝選在君王側。 하루 아침에 선택되어 군왕의 옆에 있게 되었네
回眸一笑百媚生, 눈동자를 돌리며 한번 웃으면 백가지 교태가 생겨
六宮粉黛無顏色。 후궁의 미녀들은 낯빛이 무색해졌네
春寒賜浴華清池, 봄추위에 화청지에 목욕하게 하자
溫泉水滑洗凝脂。 온천수 매끄러운데 하얀 살결 씻었네
侍兒扶起嬌無力, 시동이 부축해 일으키자 힘없이 교태를 보이고
始是新承恩澤時。 이 때가 바로 처음으로 은택을 입을 때였다.
雲鬢花顏金步搖, 둥근 귀밑머리 꽃같은 얼굴 금 머리장식
芙蓉帳暖度春宵。 연꽃 장막이 따뜻하니 봄밤의 일이 헤아려지네
春宵苦短日高起, 밤의 정사 힘들어 짧은 해 높아서야 일어나고
從此君王不早朝。 이후로 군왕은 조회에 일찍 나오지 않네
承歡侍宴無閑暇, 기분맞춰 연회에서 모시니 한가한 틈이 없어
春從春游夜專夜。 봄에는 봄나들이 밤에는 밤일
後宮佳麗三千人, 후궁은 아름다운 삼천명 있었지만
三千寵愛在一身。 삼천의 총애는 오직 한몸에 있네
金屋妝成嬌侍夜, 금 전각에 화장하고 교태로 밤 시중
玉樓宴罷醉和春。 옥 루각 연회 파하면 봄과 함께 취하네
姊妹弟兄皆列土, 자매 형제 모두 높은 자리
可憐光彩生門戶。 가련한 광채가 집안에 생겨나네
遂令天下父母心, 마침내 천하의 부모의 마음마저 움직여
不重生男重生女。 남자아이 중요시하지 않고 딸 낳기를 중시하네
驪宮高處入青雲, 려산의 궁궐 높아 푸른 구름이 들어가고
仙樂風飄處處聞。 신비한 음악 바람에 날려 곳곳에 들리네
緩歌謾舞凝絲竹, 느린 노래 우아한 춤에 거문고와 피리소리 합쳐지고
盡日君王看不足。 날이 다하도록 임금은 보고 즐기지만 끝이 없었다
漁陽鼙鼓動地來, 어양에서 북소리 울리고 땅이 흔들려 오자
驚破霓裳羽衣曲。 놀라서 예상우의곡의 음악은 멈추었다
九重城闕煙塵生, 구중 궁궐에 연기와 먼지 생기고
千乘萬騎西南行。 천 수레 만 기병이 서남으로 떠나네
翠華搖搖行復止, 천자의 수레 흔들흔들 행렬이 다시 멈추고
西出都門百餘里。 도성문 서쪽으로 나와 백여리
六軍不發無奈何, 육군이 펼쳐지지 않으니 어찌하리
宛轉蛾眉馬前死。 부드럽던 그 눈썹 말앞에서 죽었네
花鈿委地無人收, 꽃 비녀는 땅에 떨어져도 거두는 이 없고
翠翹金雀玉搔頭。 비취깃털 금공작 옥비녀 흩어지네
君王掩面救不得, 군왕은 낯을 가릴뿐 구해주지 못하고
回看血淚相和流。 돌아보며 피눈물 서로 흘렸네
黃埃散漫風蕭索, 누런 먼지 날리고 바람 스산해지는데
雲棧縈紆登劍閣。 잔교를 돌고 돌아 검문각에 오르네
峨嵋山下少人行, 아미산 아래에 행인들 적은데
旌旗無光日色薄。 깃발은 빛이 없고 햇빛도 옅어라
蜀江水碧蜀山青, 촉나라 강물은 푸르고 산은 푸른데
聖主朝朝暮暮情。 임금은 아침마다 저녁마다 정을 잊지 못하네
行宮見月傷心色, 행궁에서 보는 달은 마음을 상하게 하는 빛
夜雨聞鈴腸斷聲。 밤비에 들리는 방울소리는 애를 끊는 소리
天旋地轉回龍馭, 천지가 뒤바뀌어 어가가 돌아올 때
到此躊躇不能去。 이곳에 도착해서는 주저하며 가지를 못하네
馬嵬坡下泥土中, 마외역 언덕 아래 진흙 속에는
不見玉顏空死處。 옥같은 얼굴 보이지 않고 죽은 곳만 공허하네
君臣相顧盡沾衣, 군신은 서로 돌아보며 옷이 눈물에 젖으며
東望都門信馬歸。 동쪽으로 도성문을 보며 말이 돌아가기를 믿을 뿐
歸來池苑皆依舊, 돌아오니 연못과 정원은 모두 옛과 같은데
太液芙蓉未央柳。 태액지의 연꼿 미앙궁의 버들
芙蓉如面柳如眉, 연꽃은 얼굴같고 버들은 눈썹같아
對此如何不淚垂。 이것을 마주하고는 어찌 눈물을 흘리지 않겠는가
春風桃李花開日, 봄바람에 복숭아 배꽃이 피었던 날
秋雨梧桐葉落時。 가을비에 오동나무 낙엽지던 날
西宮南內多秋草, 서궁과 남쪽 정원은 가을 풀로 가득하고
落葉滿階紅不掃。 낙엽은 계단에 가득 붉어도 쓸지 않았지
梨園弟子白髮新, 리원의 자제들 이제 흰머리 새로 나고
椒房阿監青娥老。 황후전의 환관들과 궁녀들도 늙었다
夕殿螢飛思悄然, 저녁 궁궐에 반딧불 날고 마음은 근심가득
孤燈挑盡未成眠。 외등이 꺼져도 잠을 이루지 못하네
遲遲鐘鼓初長夜, 천천히 종과 북울려 긴밤이 시작되고
耿耿星河欲曙天。 총총한 은하수가 하늘을 밝히려고 하네
鴛鴦瓦冷霜華重, 원앙 기와 차가운데 서리 꽃이 더하고
翡翠衾寒誰與共。 비취 이불 차가와 누구와 함께 할까
悠悠生死別經年, 길고 긴 인생사 다시 해를 더하는데
魂魄不曾來入夢。 혼백이라도 꿈속에 들어온 적이 없네
臨邛道士鴻都客, 임공의 도사가 장안에 머무는데
能以精誠致魂魄。 정성을 다하면 혼백에 다가갈 수가 있었다
爲感君王輾轉思, 군왕의 잠 못이루는 생각에 감동해
遂教方士殷勤覓。 마침내 방사에게 간절히 찾아보도록 시켰네
排空馭氣奔如電, 공중으로 솟구쳐 번개처럼 달리고
昇天入地求之遍。 하늘에 오르고 땅에 들어와 두루 찾았네
上窮碧落下黃泉, 궁벽에 올랐다가 아래로 황천까지 내려갔지만
兩處茫茫皆不見。 두곳 모두 망망해 보이지를 않았지
忽聞海上有仙山, 문득 바다 위에 신선산이 있다는 이야기 들었는데
山在虛無縹渺間。 산은 텅비고 아득히 어렴풋한 곳에 있었다.
樓閣玲瓏五雲起, 누각은 영롱하고 오색구름 일었고
其中綽約多仙子。 그 속에는 단아한 많은 신선들 있었지
中有一人字太真, 그 중에 한사람 이름이 태진인데
雪膚花貌參差是。 흰 피부와 꽃같은 용모 대략 다르지 않았다
金闕西廂叩玉扃, 금대궐 서쪽 행랑 옥대문을 두드려
轉教小玉報雙成。 시녀불러 서왕모 시녀에게 알리게 했다
聞道漢家天子使, 중국 천자의 사신이 왔다는 이야기 듣고
九華帳裡夢魂驚。 첩첩화려한 장막 속에서 놀라 꿈을 깨었네
攬衣推枕起徘佪, 옷을 쥐고 베게 밀며 일어나 서성이며
珠箔銀屏迤邐開。 주렴과 은 병풍을 비스듬이 밀며 차례로 열었다.
雲鬢半偏新睡覺, 둥근 귀밑머리 한쪽으로 밀려 있네 금방 잠이 깼구나
花冠不整下堂來。 화관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아래로 내려온다
風吹仙袂飄飄舉, 바람이 일어 신선의 소매 표표히 들리니
猶似霓裳羽衣舞。 오히려 예상우의춤을 추는 듯하다.
玉容寂寞淚闌乾, 옥같은 얼굴 적막한데 눈물은 멋대로 흘러 붙어
梨花一枝春帶雨。 배꽃 가지 하나 봄비에 젖었다
含情凝睇謝君王, 정이 가득한 눈길로 군왕에 사례하기를
一別音容兩渺茫。 한번 헤어진 후 목소리와 모습 모두 아득하군요
昭陽殿裡恩愛絕, 소양전 속의 은혜와 사랑 끊기니
蓬萊宮中日月長。 봉래궁의 세월은 길기만 합니다.
回頭下望人寰處, 고개 돌려 아래로 인간세상 바라보지만
不見長安見塵霧。 장안은 볼 수 없고 먼지 안개만 보일 뿐입니다.
惟將舊物表深情, 오직 옛물건으로 깊은 정을 표하고자 하니
鈿合金釵寄將去。 나전함과 금비녀를 가져가도록 부칩니다.
釵留一股合一扇, 비녀 하나 함 하나
釵擘黃金合分鈿。 비녀는 황금을 쪼개내고 함에는 나전을 분리했어요.
但教心似金鈿堅, 만약 주신 마음이 금이나 나전처럼 굳기만 하다면
天上人間會相見。 하늘 위에서 인간으로 서로 만나 볼 수 있을 겁니다.
臨別殷勤重寄詞, 작별전에 간절하게 거듭 전하는 말이 있었는데
詞中有誓兩心知。 말중에 두사람만 아는 맹세가 있었다
七月七日長生殿, 칠월 칠일 장생전에서
夜半無人私語時。 깊은 밤 사람 없어 다정히 말씀하실 때
在天願作比翼鳥, 하늘에서는 비익조 되기를 원하셨죠
在地願為連理枝。 땅에서는 연리지 되기를 원하셨죠
天長地久有時盡, 하늘과 땅이 길고 영원해도 시간은 그 끝이 있지만
此恨綿綿無絕期。 이 한은 길고 길어 그 끝을 기약할 수 없네요
듣는 내가 열려 있다면 모든 사람의 말은 옳다
智者千慮 必有一失 愚者千慮 必有一得
(지자천려 필유일실 우자천려 필유일득)
지혜로운 사람도 천 번을 생각하면 한 번은 실수하기 마련이고
어리석은 사람도 천 번은 생각하면 한 번쯤은 지혜로운 생각을 한다.
한신의 이야기를 다룬 <사기, 회음후열전>에 실려 있는 말이다. 한신이 배수진(背水陣) 전략을 통해 병력에서 압도적이었던 조나라 군대를 대파하고 명장 이좌거를 사로잡았다. 이좌거는 탁월한 전략가로 한신의 군대를 물리칠 계책을 세웠으나, 조나라의 책임자였던 성안군 진여로부터 쓰임을 받지 못해 한신에게 패배하고 말았다.
한신은 사로잡은 이좌거를 스승의 예로 모시면서 앞으로 연나라와 제나라를 공격할 비책을 물었다. 이좌거가 “패장은 큰일을 논할 자격이 없다.”며 한신은 거듭 부탁하며 이렇게 말했다.
“만약 성안군 진여가 당신의 계책을 들었더라면 사로잡힌 사람은 오히려 저일 것입니다. 그가 당신의 계책을 쓰지 않았기에 제가 당신을 모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온 맘을 다해 당신의 계책을 따르겠으니 부디 사양하지 마십시오.”
이좌거는 이 말을 듣자 다음과 같이 자신의 계책을 이야기했다.
“지혜로운 자라도 천 번을 생각하면 한 번의 실수는 있기 마련이고 아무리 어리석은 자라도 천 번을 생각하면 한 번쯤은 지혜로운 생각을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미치광이의 말도 성인은 가려서 듣는다’고 하지요. 신의 계책이 따를 만한 것이 못되지만 그래도 충심을 다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고사에서 한신은 이좌거의 마음을 얻기 위해 먼저 이좌거를 인정하고 높여준다. 비록 승자였지만 앞으로 싸워야할 연나라와 제나라를 잘 아는 이좌거의 가르침이 절실했던 것이다. 이것이 사람을 설득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사람들은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에게 마음을 연다. 하지만 자기를 내세우거나, 자기 주장만 펼치는 사람에게는 마음을 닫고 입도 닫아버린다.
이 고사는 어른이 가져야 할 두 가지 덕목을 가르쳐준다. 첫째는 겸손이다. 공을 세우고 지위가 높아질수록 자신을 낮출 수 있어야 한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큰 나라는 자신을 낮추어 하류로 흐른다. 그래야 천하 사람이 모여든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소통하는 자세다. <논어>에는 “군자는 말만 듣고 사람을 등용하지 않으며 사람을 보고 말을 버리지 않는다”고 실려있다. 사람마다 제각각 장단점이 있기에, 지도자에게는 어떤 사람의 말도 가려서 받아드릴 수 있는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 그래야 비로소 사람들은 그 지도자와 교감하게 되고, 공감하게 된다. 자신을 인정하고 높여주는 사람에게 누구나 마음을 열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배움을 구할 때, 겸손하게 스스로를 낮추며 말을 시작한다면 훨씬 더 큰 신뢰를 얻을 수 있다. 꼭 배움의 순간이 아니더라도 삶의 모든 순간, 자신을 낮출 수 있다면 세상은 그를 자연스럽게 높여줄 것이다.
조윤제 / ‘천년의 내공’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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