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내 몸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송담(松潭) 2016. 8. 1. 18:07

 

 

내 몸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사진출처 : 유형민갤러리

 

 

 우리는 왜 몸에 주목해야 할까? 실제로 누더기 옷을 입든 비단 옷을 입든 겉모습()보다 마음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마음과 몸은 서로 떨어져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마음이 동해야 몸이 움직이고, 몸이 움직이면서 마음이 달라진다. 더욱이 마음을 움직이기란 그리 쉽지 않다. 오히려 몸이 갖는 변용의 능력을 풍부하게 할 때 마음 상태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스피노자가 개념화한 변용affection은 능동적인 사랑과 동의어로 간주된다. 그 변용을 들뢰즈와 가타리는 되기becoming라고 표현했다.

 

 예를 들어 중국 무술영화에 많이 나오던 호권, 당랑권, 용권, 취권 등처럼 호랑이 되기, 원숭이 되기, 취한 사람 되기, 사마귀 되기 등, 다양한 몸의 변용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무술의 비밀은 다양한 변용을 통해 몸의 잠재성을 끌어올리는 수련이라는 데 있다. 호랑이나 용으로 변용하려면 원래 타고난 몸으로 굳어져 있거나 머물러서는 안 된다.

 

 비슷한 예로 요가가 있다. 요가 동작에는 비둘기자세, 독수리자세, 고양이자세, 전갈자세, 토끼자세 등 다양한 변용이 등장한다. 이런 동작으로 몸을 접고 꼬고 뒤집고 펼치면서 기존의 배치와는 완전히 다른 몸의 배치를 만들어낸다. 항상 똑같은 자세로 생활하느라 여기저기 쑤시고 아팠던 사람들은 이런 몸의 배치를 통해 치유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이전 기존에 있던 방식의 욕망이 아닌 특이한 방식의 욕망을 만드는 것이 왜 중요한가라는 질문에 조금이나마 답을 줄 것이다. 우리가 표준화된 격자 속에서 똑딱거리며 살아갈 것이 아니라, 예측할 수 없는 배치를 만들어내고 색다른 욕망을 순환시킴으로써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몸과 마음은 평행선을 달리는 육상선수들과 같다.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먼저 상황에 뛰어들어 배치에 따라 움직이고 재배치하는 등의 몸의 변용이 필요하다. 자신의 몸에 자신감이 없는 사람은 우리 몸의 잠재성이 어디까지 전개될 수 있는지를 가늠해보지 못한 사람이다. 이런 사람들은 그 대신에 구경하거나 향유하거나 소비하는 것으로 욕구를 대리 충족하려고 한다. 그러나 자기 몸의 작은 변화가 세상을 재창조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우리의 비루한 일상에 깊은 변화가 찾아온다. 그것이 우리가 몸에 더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자기 몸의 잠재성을 깨닫기 위해 극한적인 스포츠나 예술에 사로잡히는 사람도 많다. 몸이 극한의 상태에 가 닿을 때 스릴과 쾌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판토마임처럼 몸에도 언어가 있다. 그러므로 아프기 시작할 때는 몸이 말하는 것에 귀를 기울어야 하는데, 보통은 늘 혹사시키는 부위에서 아프고 힘들다는 신호를 보낸다. 그리고 그 언어는 우리 욕망의 시작과 끝에 몸이라는 유한한 것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욕망은 몸에서 나오는 생명 에너지이며 우리 삶을 부드럽게 만드는 원천이다. 몸이 고장 나면 욕망의 부드러움도 정지된다. 몸은 큰 잠재성이 있지만 유한한 것이기에 그 한계가 분명하다. 마치 우리가 한때 무한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유한한 지구처럼 말이다.

 

신승철·이윤경/ ‘철학의 참견중에서

'인생' 카테고리의 다른 글

꿈을 이룬다는 것의 진짜 의미  (0) 2016.09.12
순간  (0) 2016.08.25
있는 그대로 본다는 것  (0) 2016.06.18
수우미양가  (0) 2016.04.28
처음처럼  (0) 2016.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