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꿈을 이룬다는 것의 진짜 의미

송담(松潭) 2016. 9. 12. 12:33

 

 

꿈을 이룬다는 것의 진짜 의미

 

 

 

 내가 아는 작가 중, 두 가지 이상의 직업을 가진 작가는 셀 수 없이 많다. 전업작가의 길은 멀고도 험해서, 작가이면서 마트 직원이거나 경비원이거나, 학원 강사이며 방과 후 글짓기 선생님이 태반이다. 가수가 되거나 화가가 되겠다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그것은 끝없이 이어지는 연습과 가난해져도 꿈을 버리지 않겠다는 심정적 결단을 뜻한다.

 

 무엇을 원한다는 건 그것에 따른 고통도 함께 원한다는 걸 의미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꿈을 이루기 위한 고통을 어떻게 받아드려야 할까. 모델 같은 몸매를 위해 흘렸던 땀과 허기는 마침내 거울 속의 모습으로 보상받는다. 그래서 우리는 고통스러웠던 다이어트를 다시 한 번 더 할 수 있는 건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 역시 글을 읽은 후 보내는 독자들의 따뜻한 메일이나 격려로 그 힘든 마감을 매번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우리가 무엇인가를 선택 할 때 망설이는 이유는 그 결정으로 지불해야 하는 몫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살면서 수없이 선택해야 한다. 그 선택의 결과가 지금의 우리이며, 그것은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내 몫이다. 소설가 김훈이 말했다.

물고기가 낚시 바늘을 물지 않고 낚싯밥을 먹을 수는 없다.”

모든 선택은 위험한 것이다. 그것이 선택의 본질이다. 사르트르의 말처럼 인생은 B(birth)D(death) 사이의 C(choice)이다.

 

 

 

 

 

 

내가 하고 있는 일

 

 

 

 권일용 경감은 수십 년간 수많은 범죄의 현장에서 일하며 범인의 뇌 속을 스캔하는 심리분석에 참여했다. 누구보다 세상의 악을 많이 보았을 그 남자의 눈이 너무 따뜻해서 깜짝 놀란 일은 둘째로 치고, 그가 했던 말들은 기록해놓고 싶을 만큼 내 마음을 끌었다. 하지만 인터뷰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가슴에 가장 남았던 말은 이것이었다.

 

 “제가 원해서 이 직업을 택한 건 아닙니다. 먹고 살려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경찰이 된 거예요... 제가 이 일을 하는 건 유별난 소명의식 때문이 아니에요. 사람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일이고, 도움을 주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권일용 경감의 말이 각인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그즈음 나는 의심하고 있었다. 꼭 꿈을 직업으로만 이뤄야 하는 걸까? 사람들은 말한다. ‘가슴 뛰는 일을 해라!’ 멋진 말이다. 하지만 누구나 가슴 뛰는 일을 직업으로 가질 수 있는 걸까? 누구나 이승엽 같은 야구선수가 되고, 조용필 같은 가수가, 송강호 같은 배우가 될 수 있는 걸까. 자신의 꿈을 직업으로 이룬 사람은 많지 않다. 꿈을 직업으로 이루었다고 꼭 행복해지는 것도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자아 중심적인 강박이 나를 망치기도 한다. 왜냐하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은 정말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일을 망치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일은 자기가 해야하는 일에서 의미를 발견하고 그것을 좋아하려는 노력 그 자체가 아닐까.

 

 이제 나는 너의 꿈을 너의 직업으로 이뤄라!’같은 말을 하지 않을 생각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직업은 적어도 남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는 게 맞다. 그러니까 어떤 의미에서 본래의 직업은 자아실현과는 거리가 먼 셈인 것이다. 나는 버리고 떠나는 삶은 존중하지만, 이제는 버티고 견디는 삶을 더 존경한다.

 

 한때의 빛나는 재능이 훗날의 아픈 족쇄가 되는 경우를 종종 봐왔다. 자신의 꿈을 직업적인 성취로 이루지 못했다고, 꿈이 없다고 좌절할 필요는 없다. 스스로 실패자란 생각은 더더욱 하지 않았으면 한다. 믿거나 말거나 나로 말하면, 생각만 해도 가슴 두근거리는 꿈을 자기 직업으로 갖게 된 사람들의 지독한 불행에 대해 얼마든지 말할 수 있다. 꿈이 이루어진 이후에도 삶은 계속된다. 이 세상에 보다 강한 은 없다. 인간은 꿈을 이룰 때 행복한 것이 아니라, 어쩌면 꿈꿀 수 있을 때 행복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백영옥/‘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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