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들의 지배자, 돈

송담(松潭) 2014. 11. 24. 06:25

  

 

현대인들의 지배자,

 

 

 

 현대인들을 지배하며 가장 힘들게하는 것은 바로 화폐, 돈입니다. 도대체 우리는 이 돈을 얼마나 소유해야 만족할 수 있을까요. 우리나라는 얼마만큼 부자가 되어야 청년들에게 대학보다는 청춘을 더 소중히 하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부모들은 도대체 얼마나 부자가 되어야 자식들에게 성적과 스펙에서 벗어나 너 자신만의 인생을 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이 점은 정말로 우리 모두가 깊이 탐구해야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보통 화폐는 매개를 통해 초월적인 존재가 됩니다. 내가 화폐에 집착하는 순간, 돈은 수단의 역할에서 벗어나 나를 지배하는 존재가 되어버립니다. 자기 지배력을 가진 화폐, 즉 자본은 무조건 증식합니다. 멈추는 경우가 없습니다. 돈에는 삶의 희로애락이 담겨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사람 나고 돈 났지, 돈나고 사람 났느냐라고 말할 때의 돈은 수단이지 목적이 아닙니다. 돈이 목적이 되지 않으려면 돈을 어떻게 벌고,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한 서사가 담겨 있어야 합니다. 그럼으로써 액수가 전부인 돈이 아니라 스스로 어떤 성취를 이루었는지를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삶의 서사가 없을 때의 돈은 맹목적인 욕망이 되어버리고 맙니다. 그 결과 자본이 되어 모두를 파멸시키거나, 간신이 살아남는다 해도 주변에 아무도 남아있지 않게 됩니다. 억만장자의 주변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그들은 대개가 억만장자의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들입니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딱 두 가지입니다. 언제 돈을 벌 수 있는가와 언제 짝을 만날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돈과 성욕이 결합된 욕망은 돈을 원하는 마음으로 짝짓기를 원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렇게 되면 돈이 사랑을 잠식해 버립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선 화폐라는 척도를 해체해야 합니다.

 

 원초적으로 생각할 때 재물복은 곧 인복입니다. 인복이 있는 사람에게 재물이 온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인복을 키우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생각 없이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하는 부모들이 있습니다. “학교에 가면 가난한 애들이랑 공부 못하는 애들하고는 놀지 마!” 그 순간 그 아이의 인복은 반의반으로 줄어들고 맙니다. 우리 몸이 타자들의 공동체였듯이 인복 또한 낯설고 다른 환경에 있는 사람들과 접속할 때에 생기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성공의 기준, 화폐의 척도가 바뀌어야만 합니다. 많은 것을 소유하겠다가 아니라, 많든 적든 증여와 순환에 참여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바뀌면 자연스럽게 돈이 벌립니다. 다시 말해 소유하기 위해 돈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증여를 위한 활동을 하다 보니 돈이 모이는 것입니다. 우리의 몸과 마찬가지로 돈에도 에너지가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소유의 개념에서 증여의 개념으로 바뀌듯, 봄여름 지나 가을이 되면 세상에 모두 순환시켜야 합니다.

 

 궁극적으로 화폐는 축적의 개념이 아니라 움직이는 것이어야 합니다. 설령 축적했다 하더라도 근본적으로 돈이 갖고 있는 이념과 에너지로 인해 언젠가는 폭발하거나 어디론가 흘러가도록 되어 있습니다. 돈은 절대 사람의 힘으로 묶어놓을 수 없습니다. 이런 화폐의 운동성에 대해 자각함으로써 화폐의 에너지에 끌려 다니지 않고 능동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고미숙 / ‘나는 누구인가(공저)’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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