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뒷발질 한다

 

돈은 뒷발질 한다

 

 

 

 많은 관중 앞에서 노래 부르다가 ‘여러분 부자 되세요!’하고 외치곤 하는 한 대중가수는 가족과 함께 미국 여행을 하다가 카지노 도박을 했는데, 미국의 한 매체의 ‘억대도박을 했다’는 보도로 인해 곤욕을 치렀다. 

 

 내 선친께서는 “사람은 ‘4부리’를 조심해야 한다”고 말씀 하셨다. ‘혀부리’, ‘발부리’, ‘손 부리’ ‘생식기부리’를 4부리라고 한다고 하셨다. 혀를 잘못 놀리면 자기 몸에 칼을 불러들이는 것이고, 잠깐 어딘가에 발을 잘못 들여놓으면 그 곳이 죽는 자리일 수도 있고, 생식기를 잘못 사용하면 패가망신할 수도 있다.

 

 국회의장을 지낸 한 늙은 남자는 골프장에서 도우미 여자의 둔부에 손끝을 댔다가 성추행으로 망신을 당했다. 군의 장교들은 휘하 여성 부하를 성폭행하고 구속당했다.

 

 발부리와 손부리를 잘못 놀린 그 대중가수는 카지노에서 800만 원쯤을 땄다는데, 가수로서의 명예 실추와 체면의 구겨짐으로 볼 때, 아마 8억 혹은 80억 원 이상의 손해를 입었을 것이다. 돈은 그렇듯 모질게 뒷발질을 하는 괴물이다. 

 

 한 여자는 전 남편과 현재의 남편과 시어머니와 딸을 줄줄이 죽였는데, 그 방법은 제초제라는 농약을 조금씩 먹이는 것이었다. 그녀는 그들 앞으로 미리 보험을 들어놓고, 제초제를 이용하여 그들을 천천히 죽였던 것이다. 한 사람 한 사람씩 죽어간 다음 보험금 몇 억 원씩을 받아 챙겼지만, 그녀는 결국 돈의 뒷발질로 인해 죽은 것만도 못한 감옥살이를 하고 있다.

 

 한 남자는 로또복권 당첨으로 몇 십억 원을 보듬었는데, 그 돈의 뒷발질에 차여 감옥살이를 하고 있다.

제일 먼저 그를 공격한 것은 사회사업자들이었다. 그들은 그의 주소를 알아가지고 끈질기게 찾아다니면서 도와달라고 통사정했다. 다음은 형제들이 몰려들어 도와달라고 강압했다. 견디지 못한 그는 아내와 자식들을 이끌고 도시로 ‘밤도망‘을 쳤고, 호텔에 머물면서 사업을 시작했다. 사업은 줄줄이 망했고, 아내와 이혼을 했고, 나중에는 사기 사건에 연계 되어 구속되기에 이르렀다. 

 

 얼마 전에는, 한 남자가 도시 개발로 90억 원이 생겼는데, 그의 동생이 3억 원만 달라고 했다가 거절당하자 공기총으로 형님 부부를 쏘아 죽이고 자살하지 않았는가. 

 

 요즘 방위산업에 연관된 장군들이 줄줄이 돈을 챙긴 다음 그 뒷발질에 차여 구속되는 일이 일어났다.

한 방위산업체의 대표는 은밀하게 챙긴 돈으로 인해 패가망신살이 뻗쳤다. 고위직에 있는 자들이 돈에 눈이 멀면 국가의 안위를 생각지 않고 오직 자식들과 노후에 떵떵거리며 살 생각만 한다. 

 

 돈은 말처럼 뒷발질을 한다. 돈의 뒷발질은 치명적이다. 돈은 말처럼 뜀박질하여 달아나므로 사람들은 사력을 다해 쫓아가다가 그 뒷발질에 차이는 것이다. 요즘 사람들은 돈을 위해 산다. 사람을 평가할 때 그가 가진 돈의 무게와 부피를 놓고 잣대질한다. 가진 것 별로 없는 사람을 ‘개털’이라고 한다. 모두들 개털이 되지 않으려고 사력을 다 해 분투한다. 돈은 사람이 필요에 의해 만들었는데,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이 신(神)의 자리에 앉아 있다. 돈을 보듬은 자는 가난한 자들 지천으로 널려 있는 세상의 상층부에서 군림한다.

 

 교육부는 대학을 돈 잘 버는 자를 양성하는 공장쯤으로 생각하고 구조조정을 한다. 돈 버는 일과 직접 관계가 없는 인문학과는 축소시킨다. 최소한의 돈으로도 행복해 하며, 가치 있는 무엇인가를 추구하며 즐기는 안빈낙도의 삶을 가르쳐야 하는데, 우리 사회는 한사코 돈을 무진장하게 가진 부자가 되는 길만 가르친다. 

 

 내가 살아본 바로는, 돈만을 보고 쫓아가는 자는 싸라기 같은 돈을 챙기거나 돈의 뒷발질에 차이고 망신을 당하지만, 마음을 비우고 돈을 멀리 하는 자는 어느 날 바위 덩어리 같은 큰돈과 명예를 보듬게 되는 것이던데. 

 

 한승원 /소설가

 (2015.4.9 광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