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장사람들 > 강연균,1999
그림은 시골의 5일장쯤 되는 시장 풍경을 담고 있다. 시장의 한구석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는 할머니나 아주머니들이 두툼한 스웨터를 입고 털목도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한겨울인 듯하다. 추위를 피하기 위해 노점 국밥집 화로 주위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이런저런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로 무료함을 달래고 있나 보다. 김이 피어오르는 솥 주위에 손을 대면 실제로 내 손에 따스한 온기가 느껴질 것만 같다. 특히 눈길을 확 잡아 끈 것은 국밥을 뜨고 있는 할머니와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또 한 분의 할머니다. 할머니들의 얼굴이며 손에 패인 주름이 너무나 선명하여 마치 그 자리에 함께 있는 듯한 착각을 갖게 한다.
이 그림을 보면서 거의 동시에 어머니의 얼굴이 떠올랐다. 단지 나의 어머니만이 아니라 지금 40~50대 사람들이면 대부분 ‘우리 어머니’라고 느끼게 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이 그림 속에서 ‘우리들의 어머니’는 여자라는 사실도, 한 인간이라는 사실도 잊은 채 오로지 처음부터 ‘어머니’였을 것만 같은, 그리고 첫사랑에 울렁거린 적도 없었던 것 같은, 그런 애잔함을 느끼게 한다.
하루하루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가난한 살림, 끊임없이 보채는 많은 자식들, 집안 사정에 전혀 관심이 없는 무정한 남편 때문에 마음은 이미 돌덩이가 됐을 텐데...... 하지만 그이에게는 누구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는, 오히려 모든 책임을 뒤집어쓴 채 하루하루 고단한 삶을 헤아리는 현실만이 놓여 있다. 겉으로는 강인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눈물마저 말라 소금기가 버적버적될 것 같은 우리들의 어머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밥에서 피어오르는 뜨거운 김만큼이나 따스한 속정이 묻어나고 있다.
박홍순 / ‘미술관 옆 인문학’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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