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상식. 심리

분노에 대하여

송담(松潭) 2011. 11. 17. 17:00

 

 

분노에 대하여

 

 

 

< 1 >

 

 

보통 우리는 를 상대를 다치게 하는 용도로 사용하죠. 화는 불이니까 누군가를 향해 발사하면 그가 화상을 입잖아요. 그렇지 않고 화를 담고 있으면 내 속이 화상을 입겠죠. 하지만 불을 잘 쓰면 아주 좋은 도구가 되는 것처럼 화, 분노라는 감정도 잘 처리하면 아주 좋은 에너지가 되는 것 같습니다. 모든 감정이 그렇습니다만, 누구도 다치지 않게 화를 낼 수 도 있습니다. 화가 났다면 먼저 화가 났다고 말을 하십시오. 정말 화를 내지 마시고요. 그것이 화를 다루는 첫걸음입니다.”

  

 화를 내는 궁극적인 목적은 화나게 한 이유를 표현하기 위함이다. 많은 사람들이 화에 대해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화를 내면 자신이 화난 이유가 전달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화는 불과 같아서 누군가로부터 화가 쏟아지면 감정의 방패를 사용해서 그 화를 방어하기에 급급해진다. 당연히 화를 내는 이유도 그 방어벽에 막혀 전달되지 못한다. 화의 뜨거움만큼 화난 이유가 강력하게 전달될 것이라고 믿지만, 사실은 그 뜨거움만큼 상대의 방어력도 강력해진다. 그래서 화낸 사람의 좌절도 커지고 방어하는 이의 마음도 단단하게 굳어버린다.

 

 

 

 

< 2 >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몇 년 뒤 도피성 결혼을 했고, 그때 그녀는 사랑하는 관계를 맺으려 하기보다 지긋지긋한 인생을 한방에 전환시켜줄, 조건을 갖춘 남편감을 찾았다. 그렇게 선택한 남편은 천박하고 이기적이었다. 결국 천박한 남자와 결혼한 자신이 바로 천박한 사람이라는 자책으로 이어졌다.

   

 남편과의 관계를 보상받기 위함인지 채영 씨는 애인이 있다고 고백했고, 처음으로 연애감정을 느낀다고, 그것이 참 낯설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이제 그 관계도 파국의 징후가 드러나면서 불안해졌고, 또다시 절망하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 분노를 느꼈다. 분석가의 도움으로 그녀는 날것 그대로 분노하는 대신 분노를 표현해 보았다. 나는 어떤 흐름을 분명히 감지할 수 있었다.

   

 그녀는 우울로 힘들어했지만, 사실은 삶의 중요한 대목마다 분노로 힘들어했다. 자기 인생을 참혹하게 만든 사람들에 대한 분노. 그렇다. 분노가 자신을 향할 때 우울이 된다. 우울한 사람은 사실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 누구에게 분노하고 있는지 분명하게 납득하지 못한다면 우울은 해결되지 않는다. 그녀의 우울을 해결하기 위해선 분노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확연해졌다. 중요한 것은 그 분노가 어떻게 발생했는지, 사실은 누구에게 표현되어야 하는지 깨닫는 일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렇게 도사리고 있는 평생의 분노를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교활하게 행위해왔는지 통렬하게 깨닫고 그것을 멈추겠다는 결심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승옥 /‘상처 떠나보내기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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