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주는 힘
한 심리학자가 ‘어린 시절의 불행이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알아보기 위해 아이들을 대상으로 장기간의 연구에 들어갔다. 학자는 열악한 환경에서 자란 250명을 추려내 그들의 인생 이력을 분석했다. 예상대로 대부분이 학습장애와 사회 부적응을 드러냈으며 갈등과 사건의 중심에 서 있었다. 대물림된 불행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학자는 곧 예외를 발견했다. 그중 72명은 절망에 빠지지 않고 잘 자라나 행복한 삶을 누이고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는 상류층의 좋은 환경에서 자란 또래들을 뛰어넘을 정도로 훌륭하게 성장해 촉망되는 청년도 발견할 수 있었다. 도대체 이런 차이는 어디서 발생한 것일까? 그들 72명에게서 공통점이 발견된 것이다. 그 공통점이란 자신의 입장을 이해해주고 받아주는 사람이 인생에 걸쳐 한 명은 있었다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외롭다. 외로움과 불안은 누구도 대신 느껴줄 수 없는 인간의 숙명이다. 그래서 사람은 외로움 속에서 홀로 서야만 하며, 외로움에 익숙해지고 마침내 외로움과 하나가 되어야 비로소 ‘혼자 가는 힘’을 얻게 된다. 혼자서도 마음을 충만하게 채움으로써 ‘온전한 나’가 된다. 있는 그대로 자신을 사랑하는 나, 스스로를 책임질 줄 아는 나. 그것이 솔리튜드이다.
하지만 모두가 자기 노력만으로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결코 완전한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홀로 서지 못하고 외로움의 미로 속에서 헤맬 때, 자기 스스로를 알아주지 못할 때, 누군가의 내미는 손길이 절실하게 필요할 때가 있다.
외로운 사람을 돕는 최선은 ‘알아주는 것’이다. 그것은 외로움과 불안을 이해해주고 위로해주며, 책망하지 않으며 같은 편이 되어주는 것이다. 그래서 알아주는 것은 구원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외로움에 빠진 사람을, 궁극적으로는 세상의 한 부분을 구원하는 것이다. 사람은 아무리 깊은 절망에 빠졌더라도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음을 확인할 때, 고무공처럼 탄력을 발휘한다.
그러나 알아준 사람에게 고마워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한다. 자칫하면 서로를 파고 들어가는 의존 중독 관계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헌신과 도움이 의존 또는 중독으로 변질되지 않으려면 ‘건강한 거리’가 필요하며, 그런 거리를 유지해야 비로소 홀로 설 수 있고, 마침내는 누군가를 도울 수도 있는 건강한 자아로 거듭날 수 있다.
고통받고 외로운 자들이여! 지금 자리에서 일어나 저 떠오르는 태양을 보라! 이제는 홀로 서겠다고. 또한 알아주기를 기대하기보다 먼저 알아주는 사랑을 하겠다고 마음을 굳게 먹으라. 사랑은 나를 사랑하는 것으로부터 뻗어나가는 것이다. 나를 사랑하기에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것이며, 나를 사랑하는 시작이 건강한 관계의 튼튼한 기초를 만들어준다.
강한 사람만이 그렇게 할 수 있다. 홀로 서고, 누군가의 힘이 되어주는 것이다.
한상복 /‘지금 외롭다면 잘되고 있는 것이다’중에서
사진출처 : 유형민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