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라(Aura)
독일의 문필가이자 미학자인 벤야민(1892~1940)의 논문 「기술복제 시대의 예술작품」에서 나온 말로 어느 순간 어떤 사물이나 풍경이 나를 강열하게 매혹시킬 때 그것이 아우라를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어느 여름날 오후 휴식의 상태에 있는 사람에게 그림자를 던지고 있는 지평선의 산맥이나 나뭇가지를 보고 있노라면, 우리는 이 순간, 이 산, 이 나뭇가지가 숨을 쉬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련 현상을 우리는 산이나 나뭇가지의 아우라가 숨을 쉬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 「기술복제 시대의 예술작품」 -
비슷비슷한 경치를 보면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않는다. 그렇지만 어떤 날, 그리고 어떤 장소에서 앞으로 다시는 보지 못할 것 같은 풍경에 직면할 때가 있다. 바로 ‘여기 그리고 지금’에 있지 않았다면 볼 수 없었던 매혹적인 경치를 만난 것이다. 물론 몸과 마음상태, 시간, 기후, 습도, 채광, 바람의 세기 등등 어느 한 가지라도 빠진다면, 이런 황홀한 경험은 불가능할 것이다. 이럴 때 우리는 웅장한 그림자를 드리우는 산, 매혹적으로 흔들리는 나뭇가지가 나를 부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벤야민의 말대로 우리에게 그것들은 마치 살아서 숨을 쉬고 있다는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예술작품이나 풍경 앞에서 전율할 때가 있다. 그것의 아우라를 느낀 것이다. 그 순간 우리는 자신이 살아 있다는 사실을 고맙게 느낄 것이다. 살아 있기 때문에 이런 매혹적인 것도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것에서 아우라를 느끼는 순간은 동시에 우리 자신이 행복해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모나리자가 아니어도 좋다. 주변의 작은 것에서도 아우라를 느낄 수 있다면 말이다. 무더운 여름 하늘 위를 떠가는 구름에서도, 시원하게 쏟아지는 빗줄기에서도, 아니면 바람에 흩날리는 꽃잎에서도, 아우라를 충분히 느낄 수 있으니까.
강신주 / ‘철학이 필요한 시간’중에서 발췌
사진출처 : 유형민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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