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승 교수에게서 듣는 뇌과학 Q&A
뇌 과학을 전공하는 정재승 카이스트(KAIST) 교수는 강연 내내 재미있는 뇌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특히 인간의 사고력, 창의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전전두엽’의 역할을 강조했다. 대뇌 전두엽 앞쪽에 위치한 전전두엽이 발달한 사람은 소통과 문제해결 능력이 뛰어나고, 사회에서 성공한 ‘알파레이디’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 전전두엽은 어떻게 하면 발달하나?
“대부분의 교과과정은 이 부분을 십분 활용하라고 만들어져 있다. 그러나 우리 사교육이나 과외수업은 전전두엽을 뺀 전두엽 부위만을 사용해 단순히 문제유형을 파악하고 외우도록 한다. 문제를 파악해 전전두엽을 써가며 혼자 낑낑대고 풀어야 하는데 그저 빠르고 편하게 풀 수 있도록 훈련시킨다. 그런 아이는 좋은 대학을 갈 수는 있지만 나중에 의사결정자가 되면 위험하다. 제대로 된 의사결정을 해본 적이 없기에 엉뚱한 결정을 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전전두엽을 발달시키려면 여행, 독서, 사람들과의 대화, 직·간접적인 경험들을 하는 것이 좋다. 창의적이라는 것은 남들과 다른 방식으로 보는 것이다. 그러려면 남과 다른 경험을 가져야 한다. 생물학적으로 타고난 것을 어떻게 할 수는 없지만 다른 환경에서 다른 방법으로 사고하는 것을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배우면 창의적인 인간이 된다.”
-뇌는 25세까지만 발달한다고 들었는데.
“그렇지 않다. 뇌세포는 커서도 계속 만들어진다. 그런데 25세 이후부터는 죽어가는 뇌세포가 새로 만들어지는 뇌세포보다 많다. 우리 뇌의 세포수가 지구의 인구 정도라고 치면 매일 죽어가는 뇌세포는 강남구민 수 정도다. 대신 만들어지는 뇌세포의 수는 신사동 주민 수 정도라고 하면 이해가 될 거다. 재미있는 것은 나이가 들수록 기억력을 관장하는 전두엽 세포가 죽는 대신 전전두엽 세포가 만들어진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깜빡깜빡하고 기억을 못하지만, 전체를 보고 핵심을 짚는 판단력은 좋아진다.”-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소위 ‘욱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감정 조절은 어디서 하는 건가.“뇌의 안쪽에 핵 같은 부분이 있다. 이게 원시적 뇌다. 여기에는 생존에 필요한 기능만 모여 있는데, 대부분 동물들에게는 이것만 있다. 그 옆에 날개처럼 생긴 것이 감정을 조절하는 곳이다. 낯선 사람을 보면 공포를 느끼고 화를 내고 분노하고 불쾌감을 갖고…. 이런 감정들이 여기서 생긴다. 하지만 ‘욱 하는’ 성격은 그 사람이 난폭해서라기보다 스스로 나약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다. 치와와와 호랑이 중 어느 동물이 잘 짖을까? 상황을 완전히 컨트롤할 수 있으면 화를 내지 않는다. 화를 내는 것은 화를 내는 것 외엔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서다.”
-사회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감정 조절이 잘 안 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왜 그런가.
“남성들은 대개 마음의 거리나 관계에 둔감하다. 반면 여성들은 관계를 좀 더 중요하게 여긴다. 화를 낼 때 왜 소리를 지를까. 상대의 마음이 멀리 있다고 느껴지기 때문에 자신이 하는 말이 상대의 마음에 전달되도록 그러는 것이다. 그러나 마음의 메세지를 전하고 싶다면, 목소리를 높이기보다 마음의 거리를 조절하는 것이 좋다. 오히려 화를 죽이고 목소리 톤을 낮추고 상대가 나에게 다가오도록, 귀 기울이도록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2011.4.1.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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