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리바게닝(plea bargaining)

 

 

플리바게닝(plea bargaining)

 

 

 

 미국에서는 ‘플리바게닝’(plea bargaining·유죄협상제)을 소재로 한 영화를 흔하게 관람할 수 있다. 검사가 치열하게 수사하기보다는 범죄용의자와 적당한 선에서 ‘협상’을 벌이는 모습은 미국 영화에서 자연스러운 장면이다. 이를 반영하듯 미국은 90% 이상의 형사사건이 플리바게닝을 통해 해결되고 나머지 10% 이하만이 재판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플리바게닝은 용의자가 범죄 사실을 자백하면 형사소추권자인 국가(검사)가 감형을 약속함으로써 이뤄지는 일종의 ‘거래’라고 볼 수 있다. 용의자는 자신의 형량을 낮출 수 있고, 검사는 자백에 의해 수사를 쉽게 매듭질 수 있어 유죄율을 높이는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 플리바게닝은 아직 생소하다. 아직까지 대부분의 용의자는 자신의 범죄를 감추거나 축소하려 하고, 검사는 이를 파헤치려하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양자 간의 타협은 선악 구분이 명확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우리 국민 정서상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게 사실이다.

 

 또 사건 관련자 등 타인의 혐의 내용을 알려주기도 하는 플리바게닝의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거부감이 큰 편이다. 플리바게닝은 다른 사람의 범죄에 대한 정보제공 대가로 자신의 형량을 경감하거나 조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더욱 꺼린다. 즉, 남을 고자질해 죗값을 덜려 한다는 인식 때문에 플리바게닝 도입은 시기 상조라는 인식이다.

 

 법무부는 지난해 12월 플리바게닝을 입법예고하고 이를 도입하기 위해 본격적인 논의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보완책 마련 없이 플리바게닝을 받아들였을 때 수사편의주의와 인권 침해소지가 있다는 논란도 만만치 않다. 업무의 효율성은 높일 수 있으나 진실이 왜곡될 우려가 있다는 비판이다.

‘범죄자와의 협상은 독이 든 초콜릿이다’ 플리바게닝 도입 논의과정에서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박치경 / 사회부장(2011.7.12. 광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