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평화를 찾아서
삶을 철학으로 대체하지 마라.
로미오의 말을 기억하라.
“철학이 줄리엣을 만들 수 없다면 그런 철학은 꺼져라”
어느 인터넷 카페에 올라있는 글인데 ‘중년을 즐겁게 사는 방법 9가지’중의 하나이다. 삶을 철학으로 대체하지 마라는 뜻은 깊고 심도있는 성찰적 삶 보다는 가볍고 재미있게 인생을 살라는 뜻이 아닌가 한다. 그리고 로미오가 사랑이 아니라면 철학 따윈 필요없다고 한 것은 사랑우위론을 강력하게 외친 것으로 보아진다.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각자 형형색색의 다양한 가치관을 가지고 산다. 그런데 젊은 시절이 가고 중년에 접어들면 생각이 성숙해지고 체념과 달관에도 친숙해 진다. 하지만 이때 쯤 우리는 생의 무상과 회의를 조금씩 느끼게 된다. “지금까지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왔으며, 왜 이렇게 살아야만 하는가?”하고 우울해 하기도 한다. 특히 가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면서 살아온 자들은 어느 날 갑자기 허탈감에 빠져드는 순간이 있는데 이때가 바로 중년의 시기이다.
이러한 허무와 우울이 곧 머지않아 찾아올 인생의 석양빛에 오버랩되기 시작할 쯤, 우리는 인간의 보편적 감성인 에로티즘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중년들에게 ‘삶을 철학으로 대체하지 마라’는 처방은 단 한 번인 생을 후회 없이 살기위해서는 에로티즘 혹은 낭만적 사랑에 대하여 의무감이나 책임감 같은 구속으로부터 해방되어 자유를 찾고 자기애(自己愛)를 가지고 살아야 생이 즐거울 수 있다는 메시지인 것 같다.
철학적 삶은 인생의 깊이를 느끼게 하고 원숙미를 보여주지만 인간의 보편적 감정인 에로티즘을 억압한다. 에로티즘은 인간 내면 깊숙이 잠재하여 꿈에서만 출현하는, 무의식 속에서는 한없이 출렁이는 가련한 열망이다. 인생이 몇 백 년 사는 것도 아닌데 그토록 내숭을 떨며 고달프게 살아야 한다니. 쯔쯔.
그러나 우리가 생을 살면서 진정한 자유를 향유하면서 산다는 것은 결코 싶지 않다. 사랑이나 에로티즘에 있어 끝없는 갈망을 현실화시키게 되면 그것이 주는 기쁨이 과연 아무런 후유증(後遺症) 없이 생의 환희(歡喜)로만 존재할 수 있겠는가. 대부분 아픔, 고통 등 상처를 남긴다는 것이 정설이다. 때문에 여기에 철학적 도덕적 삶을 견지하고 에로티즘이 주는 즐거움을 포기해야 하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결국 우리들의 중년, 나 같은 초로(初老)가 가야할 길은 ‘수도승의 길’인데 이 길이 생을 즐겁게 해주지 못한다할지라도 그리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은 ‘나홀로 고상함’일지라도 마음에 진정한 평화를 가져다 줄 것임은 틀림없을 것이다. 이 또한 즐거운 인생의 토양이 될 것이니 철학적 도덕적 삶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리라 생각한다. 그러니 애석해 하지마라, 내숭떨며 사는 슬픈 중년이여!
< 덧붙이는 詩 >
어느 중년의 단상
쉼 없는 세월에 밀려
어느덧 와버린 중년의 자리
어느 날 문득 보았을 때
성큼 커 버린 아이들
거울 속의 나는
점점 원치 않는 형상으로 보이고
늘어나는 잔주름만큼
현실의 걱정도 늘어 나는 때
우리는 가끔 일탈을 꿈꾼다.
어린 시절
여름밤 반짝이는 별 만큼이나
반짝이는 눈동자로
쏟아지는 밤하늘 별들을 헤며
머나먼 우주 저편의 별나라를 그리고
별 자리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전설과
또 페르시아 왕자의 사랑 이야기와
사랑하는 장미꽃을 위하여
독사에 물려 돌아간 어린 왕자와
마지막 성냥불을 밝히고
죽어간 소녀의 이야기에 가슴이 매였었다.
이제는 아득한 추억이 되어버린
어린 날의 천진한 소원들과
또 어른이 되면 하고 싶었던
수많은 계획과 바람들이
그저 철없던 시절의
꿈이란 걸 일깨워 주는
현실의 각박함 속에서
역할과 책임이라는 울타리에 갇힌
슬픈 중년의 단상을 발견한다.
꿈과 현실의 괴리
보상받을 수 없는 세월
무엇을 하다 여기까지 왔는지
내 인생의 가치와 의미가
너무도 왜소해서
그저 혼자 서글퍼 올 때
어딘가 한적한 바다로
여행이라도 떠나야 겠다.
그러나 여기서
일탈은 말아야지
담 밖의 봄의 환상에
우리의 삶을 던지기 보다
우리 자그만 울타리 안에
작은 불이라도 켜서
아직도 내 체온을 필요로 하는
사랑하는 이들의 기쁨이 되어야지
그리하여 해 질녁 황혼에
흰머리 마주 대고
곱씹을 따스한 추억을 만들어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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