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변잡기

외로움에 대하여

송담(松潭) 2010. 9. 28. 18:06

 

 

 

외로움에 대하여

 

 

 추석 연휴 장장 1주일, 그중에 3일은 나홀로 산행을 했다. 바람이 청량하다. 가을바람의 자극을 피부로 느끼면서 서늘한 숲속의 터널을 통과하는 나의 몸은 바람처럼 가벼워진다. 이것이 나홀로 산행의 멋과 낙(樂)이다. 나홀로 산행이 잦은 이유는 집사람이 몸이 허약하여 산행을 싫어하고, 친한 친구들은 모두 골프를 하고, 직장동료들을 동원하면 사생활 침해가 되고.... 그래서 나홀로지만 외롭지 않다. 오히려 홀가분한 자유로움이 있어 좋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이렇게 홀로 있음에 익숙해 가고 있다. 낮에는 사무실에서도 독방에 나홀로이고,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도 나홀로 식탁이다. 이제 밤바람이 쌀쌀해지고 있다. 이 가을, 외로움에 익숙해지기 위해 음악을 듣고 책을 읽으려 한다. 밤이 적막하면 때론 커페의 여인들도 생각나겠지만 최근에 그녀들에게 블로그를 통해 폭탄선언을 하고 은퇴를 하였으니 어찌하랴. 그녀들을 팜므파탈로 한꺼번에 매도한 것이 한편으론 미안하기도 하다.

 

 내가 갖고 있는 외로움은 일시적 공간적 외로움이지 상실의 외로움은 아니다. 상실의 외로움에 사무치고 있는 이 땅의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 보면 나의 외로움은 사치스러운 것이 아닐까. 하지만 가을이라는 계절이 주는 연민은 나로 하여금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과 같은 상념들이 한잎 두잎 지는 낙엽처럼 슬픈 파편이 되어 가슴에 와 닿는다. 이땅에 이별, 상실,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많은 사람들을 생각해 본다. 그들의 외로움이 나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하지만 외로움이라는 것에 대한 긍정적 의미를 찾고 싶다. 외롭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자유롭다는 것이다. 아무런 구속이 없다. 바람이 그물망을 통과하듯 스스럼없이, 그리고 언제나 자유로움이 있다. 세상의 아귀다툼도 시기와 질투도 갈등도 없다. 이렇듯 외로움은 세상의 번뇌로부터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 외로움을 이겨내고 즐길 수 있다면 우리는 굳이 산속의 수도승이 되지 않아도 고도의 기쁨을 향유할 수 있다. 맑은 정신과 평온한 마음, 아무런 수치스러움도 죄스러움도 느끼지 않고 자신을 청아하게 가꿀 수 있는 것이 바로 외로움이다. 퇴근길에 벌써 어두움이 길게 깔리고 있다. 아, 이 가을! 외로움이 나를 청량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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