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상식. 심리

그림자

송담(松潭) 2010. 3. 18. 16:02

 

그림자

 

 

억압하고자 하는 내면의 욕망이 바로 융의 분석심리학에서 말하는 그림자다. 융이 말하는 ‘그림자’는 자아의 열등한 측면이다. 이성적인 사람은 감성을 열등한 것이나 컨트롤할 대상으로만 간주하기 쉽다. 그러나 감성을 열등한 것으로 보는 것은 의식의 표면에서만 그렇다. 무의식의 깊은 곳에서는 열렬하게 감성적 충족을 원한다. 이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무의식의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마음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남는다. 그것은 결코 살아지지 않는다. 예를 들어 보자. 목사는 늘 이성적으로 살기를 원한다. 그러나 그라고 해서 어찌 감성적으로 충족받고 싶다는 욕구가 없을까. 이 욕구를 충족시켜 주지 않고 계속 억누르고 외면하기만 하면 마음은 병이 들고 만다. 분석심리학에서 말하는 신경증이 그것이다.

 

신경증은 균형이 깨짐에서 비롯된다. 외향성과 내향성의 균형의 깨짐이 그것이다. 우리의 몸이 일정한 건강상태, 즉 항상성을 유지하려면 산과 알칼리의 비율이 잘 조절되어야 한다. 육체적 건강에서만 균형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심리적 건강도 마찬가지다. 한쪽으로 기울면 탈이 나게 마련이다.

 

사회적 활동에 자신의 에너지를 온통 쏟아 붓는 사회활동가가 어느 날 문득 ‘나는 누구인가’를 생각할 때, 바로 그때가 자신의 그림자와 만나는 순간이다. 이럴 때 그 그림자를 외면하지 말라는 것이 분석심리학자들의 충고다.

 

그렇다고 그림자가 요구하는 것을 다 들어 줄 필요는 없다. 그림자는 억압의 대상이 아니라 협상의 대상이다. 만약 그림자의 요구를 전적으로 수용해야 한다면 당신은 모든 사회적 관계에서 퇴장을 선언해야 할지도 모른다. 일부를 들어 주고 일부를 거절하는 것, 이것이 협상의 법칙 아닌가.

 

김보일 /‘나를 만나는 스무살 철학’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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