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남자’ 강박 버려야 오래 산다
최근 부와 명예를 거머쥔 삼성전자 부사장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해 충격을 안겨줬다. 고인이 자살한 이유에 대해 ‘업무 압박감’ ‘우울증과 스트레스’ ‘인사상 강등으로 인한 좌절감’ 등이 거론된다. ‘심약한 마음 때문’이라는 의견을 내놓는 이도 있다.
그러나 미국 컬럼비아대 의대 교수인 메리앤 제이 레가토가 쓴 <왜 남자가 여자보다 일찍 죽는가?>(홍익출판사 펴냄)를 읽다 보면, 자살에는 개인 차원의 문제만이 아니라 생물학적·사회적 요소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지 않은지 돌아보게 된다.
일반적으로 남자는 여자보다 수명이 10년 정도 짧다. 신체적으로 보면 여자보다 단단한 근육을 가지고 체력도 강한 남자가 여자보다 빨리 죽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지은이는 남자들의 목숨을 재촉하는 주요한 원인으로 사회의 과도한 요구와 우울증을 지목한다.
사회는 남자들에게 “함부로 불평하지 마라. 고통과 상처를 힘껏 떨쳐버려라. 사회와 가정의 안정을 위해 어떤 위험한 과제에도 용감히 맞서라”라고 말한다. 남자들은 이러한 사회의 요구에 기꺼이 응한다. 그러나 경쟁이 치열하고 팍팍한 세상을 살다 보면 남자들은 역경을 맞는다. 그 과정에서 고통과 좌절감, 슬픔과 패배감을 느낄 수 있다. 그럴 때 남자들은 어떻게 대응할까. 남자들은 여자들과 달리 마음속 비밀을 절대 털어놓지 않는다. 사회가 남자들에게 “인내하고 또 인내하라! 그래야 남자답다”고 얘기하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에서 남자들은 마음의 고통을 해결하지 못하고 우울증을 앓는다. 우울증은 온갖 치명적인 질병과 자살로 이어진다. 자살 시도는 여자들이 더 많지만, 실제 자살로 이어지는 경우는 남자가 여자에 비해 4배나 높다고 한다.
책에서는 생물학적으로 남자가 가지고 있는 와이(Y)염색체의 유전적 결함, 남아에게 불리한 자궁 구조, 과다한 흡연과 음주가 남자의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 등 남자가 빨리 죽을 수밖에 없는 이유들을 열거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남자가 좀더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 수 있을까? 지은이는 일단 남자들에게 “강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리라”고 주문한다. 슬프거나 절망적인 기분을 느낄 때 타인과 단절하려는 충동을 버리고 남에게 도움을 요청하라고 말한다.
양선아 기자 / 2010.2.2 한겨레
병 주고 약 주는 ‘마음’
착해빠져도 암이 많더라
“전 그동안 죄도 안 짓고, 지금껏 착하게 살았는데, 병에 걸리다뇨? 억울합니다.”
2008년 유방암 3기 판정을 받은 김선영(53·가명)씨. 남편과 두 자녀를 위해 헌신하며, 주부로서의 역할에 충실했다. 남편과 시댁과 마찰로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지난 28년간 묵묵히 참으며 아내와 며느리로서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한다. 그는 암 진단을 받자마자 “나쁜 사람도 많은데, 왜 하필 나인가!”라며 울부짖었다.
암 진단을 받은 환자들의 공통점은? 대부분 김씨처럼 억울함을 가장 먼저 호소한다는 점이다. “세상에 못된 사람들이 많고 많은데, 죄없는 내게 암이라는 형벌은 가혹하다”는 것이다.
■ 착하게 살아도 탈?
공교롭게도 암 환자 중에는 김씨처럼 ‘선하게’ 살아온 이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힘들어도 내색을 못하고, 분노를 쌓아두기만 하고, 착하게 보이려 했던 것이 화를 부른 경우다. 김씨는 그동안 100점 만점의 아내·엄마·며느리가 되고자 노력했다. 이러한 강박관념이 결과적으로 암을 키웠다.
아주대병원에서 10년 넘게 암 환자를 봐온 전미선 방사선종양학과 교수가 암 환자들을 ‘착한 바보’라고 칭하는 이유다. 그는 “착하게 보이려는 강박관념이 스트레스가 되고, 남에게 쏟았던 관심과 사랑을 자신에게 주지 않았던 것이 암의 원인들 중 하나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암~ 마음을 풀어야 낫지>를 쓴 김종성 캔미션생명학교 대표는 “순종적이고 온화하며 가슴에 맺힌 것을 풀지 못해 갈등을 겪는 사람이 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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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김미영 기자 / 2010.2.2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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