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
심리 내적으로 강한 사람을 만나세요
만남 초기에 서로를 이상화시키면서 내가 바라는 것을 그에게 마구 투사하면서 즐거워했던 우리는 시간이 지나면서 멋지고 굉장했던 이미지 거품이 거치고, 점차 이상화나 투사로 만남을 버텨나가기에는 현실이 너무 동떨어져 있다는 걸 느낀다. 그럴 때 우리는 사람이니까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는 상대방의 약점과 허점, 결핍에 눈이 돌아가게 된다. 그리고 처음에 나를 흥분시켰던 상대방의 도드라진 특성이 결국 그를 내칠까 말까를 고민하게 되는 결정적 이유가 되니까.
남자다운 게 좋았는데, 너무 욱하다 싶고,
다정해서 좋았는데, 모든 여자한테 친절하다 싶고,
해맑아서 반했는데, 너무 세상물정 모르는 것 같고,
멜랑꼴리해서 끌렸는데, 같이 있으면 미래가 너무 슬픈 것 같고,
결핍을 채워주고 싶었는데, 그 결핍의 구멍이 너무 커서 내가 다 메울 수가 없고.
그런 거다. 커플 심리학 용어를 뒤져 보면 이건 치명적 유혹(fatal attraction)이라고 불린다. 내가 그에게 정신없이 끌렸던 이유가 결정적으로 싫어지는 이유가 된다는 뜻. 그래서인지 우리는 타는 목마름으로 대상을 갈구했으면서도 막상 대상이 나타났을 때에는 마음이 더 복잡해진다. 선택을 하는 데 항상 서툰 것이다. 이 사람을 선택하고 나면 더 나은 사람이 나타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이 사람을 만나다보니 이 사람의 결핍이 거슬리기 시작하는 것. 그렇다고 선택을 안 할 수는 없다. 왜냐면 선택이 힘들다고 선택을 할 수 있는데 안하고 내빼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사람을 만나야 할까?
처음부터 사람을 보는 눈을 기르기는 힘들다. 돌아보면 사랑을 할 만한 상황, 사랑을 할 만한 상대가 아니었는데도 무턱대고 사랑에 빠진 경험이 있다.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겪고 나서야 그 힘으로 제대로 된 상대를 알아보는 혜안도 생길 것이다.
사람을 알아보는 눈이 없을 때에는 그저 반짝반짝 빛이 나는 사람들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세련된 제스처, 출중한 외모, 깍듯한 매너, 조금은 헤세가 섞인 듯한 야심과 과장된 배포 때문에 마치 그 사람이 데이트를 하기에 적합한 상대로 비춰지기도 한다. 주변 친구들 역시 그런 사람을 원하는 것 같고, 그래야만 친구들 사이에서도 체면이 서는 것 같다.
하지만 그렇게 겉만 반짝반짝 빛나고 윤이 나는 사람은 사실상 내면이 부실할 수 있다. 약한 내면을 감추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들여 포장하고 있는 건지 모른다. 마치 포장지는 예쁘고 화려하지만 정작 열어보면 내용물은 별 것 아닌 선물처럼 처음에는 멋모르고 이런 화려한 외양에 현혹될 수 있지만 몇 번 만나보면 우리는 알게 된다. 우리에게 환상과 설렘의 풍선을 빵빵하게 불어넣은 그 사람은 언제고 그 빵빵함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터진다는 사실을, 혹은 터지기 직전 자신의 비루함을 내보이지 않기 위해 황급히 떠나기도 한다는 것을.
이렇게 겉만 번지르르한 사람에게 처음에는 모르고 속고, 두 번째는 알고도 속고, 세 번째는 그래도 속았던 우리는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야 그렇게 겉이 반짝거리는 사람이 아니라 속이 견실한 사람을 만나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걸 어느 순간 득도하듯 깨닫게 된다.
사실 사람이 처음부터 악한 사람은 없다. 지금 악(惡)하다고 평가받은 모든 사람들을 살펴보면 그들은 모두 약(弱)했기 때문에 악(惡)해졌다. 사람은 알고 보면 모두 다 좋은 사람인데 심리 내적으로 취약한 사람은 건강한 사람에게 악해지기 쉽다. 지금 반짝거리는 그것이 바람만 불어도 쓰러지는 사상누각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사랑을 선택하는 제1 기준은 그래서 상대의 내적 강인성이다. 그가 지금 얼마나 강한가, 혹은 그가 나를 만남으로써 앞으로 강해질 수 있는 사람인가? 지금은 빛이 나지만 수세에 몰리면 꽁무니를 뺄 사람인가? 혹은 빛이 나지 않더라도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키며 흔들리지 않을 사람인가? 아마도 이 질문들은 사랑에 빠지기 전 스스로에게도 해야 할 질문일 것이다. 강한 사람만이 사랑을 지킬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사랑으로 약해지는 것이 아니라 강해져야만 한다.
선안남 / ‘심리학, 사랑에 빠지다’ 중에서
< 2 >
잘 헤어질 수 있는 남자를 만나세요
“어떤 남자를 만나야 하나요?”라는 누군가의 질문에 대한 공지영씨의 대답은 의미심장했다. 그녀는 한 대학 강연에 와서 그 질문에 대해 열자 이내로 답하겠다고 말하며, ‘잘 헤어질 수 있는 남자’라며 아홉 자로 대답했다.
왜 잘 헤어질 수 있는 남자인가 하면, 같이 있을 때 잘해주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헤어지면서 성숙하게 잘 보내주고 관계를 갈무리 지을 수 있는 남자란 흔치 않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진정한 성숙과 사랑을 보여주는 것은 그가 어떤 방식으로 첫인사를 했던가나, 그가 어떤 모습으로 나를 안아줬던가 보다는 그가 어떤 얼굴로 나를 보내주는가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선안남 / ‘심리학, 사랑에 빠지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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